윈도 시대의 끝과 윈도 10 시대의 시작
7월 29일에서 30일로 넘어가는 시계의 모든 바늘이 12라는 숫자를 지나는 순간 카운트 다운을 하던 타이머가 멈춘다. 그와 함께 뜨는 윈도 10 무료 업그레이드 종료를 알리는 메시지. 1년 동안 한시적으로 윈도 7과 윈도 8.x 버전을 쓰고 있던 이용자들이 과금 없이 새로운 윈도 10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는 그렇게 끝나고 말았다.
윈도 10으로 무료 업그레이드가 시작된 이후 크고 작은 뉴스들이 쏟아진 것은 물론이다. 윈도 10 업그레이드에 대한 가치에 관한 이야기도 있었지만, 스마트폰 태더링으로 인터넷에 연결한 PC에서 윈도 10 업그레이드 데이터를 다운로드해 데이터를 소진시켰던 일이나 종료 아이콘을 눌렀을 때 강제로 업데이트를 실행하면서 말썽을 일으켰던 뉴스들이 당분간 기억에 남을 듯하다. 어쨌든 무료 업그레이드 기간이 끝남으로써 업그레이드로 빚어지는 뉴스는 더 이상 볼 일이 없게 된 셈이다.
나는 윈도 7이나 윈도 8 또는 윈도 8.1을 쓰던 모든 장치를 일찌감치 윈도 10으로 업그레이드한 이용자 가운데 하나다. 또한 윈도 인사이더 프로그램에 가입해 윈도 10의 변화를 좀더 빨리 경험하고 있기도 하다. 호환성, 조작성 등 남들이 불편하다는 윈도 10으로 서둘러 업그레이드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첫 째는 보안 문제이고, 둘 째는 윈도 수명의 문제다. 17만 원이나 나가는 윈도 10 정품 가격을 아끼려는 것은 작은 이유도 있긴 했지만…
구멍이 전혀 없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윈도 10은 앞서 나온 윈도 버전보다 멀웨어나 바이러스, 피싱 같은 위협에서 안전한 장치를 갖고 있는 것은 맞다. 외부의 위협에 코어를 보호할 수 있도록 설계된 구조나 보안 센터에서 매일 발생하는 위협을 분석하고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항상 시스템의 위협을 감지하고 보호하는 향상된 윈도 디펜더는 업그레이드를 해야 할 이유로 모자라진 않았다. 여기에 2020년, 2023년으로 다가운 윈도 7, 윈도 8.x의 수명 기간도 마찬 가지다. 윈도 10으로 업그레이드하면 윈도의 수명 기간은 2025년까지 늘어난다. 곧 생명을 다할 윈도 7의 수명을 연장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이기도 했다.
물론 윈도 10의 수명 기간은 약간 논란이 있을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새로운 윈도를 출시할 때 제품 수명 기간을 미리 명시한다. 윈도 출시 이후 5년 동안 MS는 결함을 고친 업데이트와 보안 관련 업데이트를 하고 추후 5년의 연장 기간까지 끝나면 모든 업데이트가 제외되기 때문에 해당 윈도는 사실상 사망 선고를 받게 된다. 때문에 윈도 10도 발표 당시 수명 기간을 명시하고 있다. 기본 수명은 2020년까지, 연장 지원 종료는 2025년으로 못박았다. 2025년이면 윈도 10의 수명도 끝이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MS는 윈도 10 이후 새로운 버전의 윈도를 출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겠다고 해 사실상 마지막 윈도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따라서 새로운 윈도를 출시한다는 계획이 없다면 윈도 10의 수명 정책도 변화가 있어야 하는데, 아직까지 이에 대한 새로운 입장은 나온 것이 없다. 윈도 10의 수명 문제는 좀더 지켜봐야 할 부분이긴 하다.
보안과 수명 연장이라는 두 가지 이유를 들어 윈도 10으로 업그레이드했으나 돌이켜보면 앞으로 윈도 10을 써야 할 그 미래를 선택한 셈이기도 하다. 어차피 마이크로소프트는 더 이상 오래된 윈도에 신경 쓰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각 윈도마다 제품 수명 기간이 조금 남아 있는 만큼 업데이트는 될 예정이지만, 제품 수명 기간과 별개로 윈도와 관련된 모든 정책은 윈도 10을 중심으로 정리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미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 10이 사물 인터넷 장치부터 모바일, PC, 콘솔 게임기, 복합 현실 장치까지 관통하는 하나의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정의했다. 지금까지 이 의미는 장치마다 새로운 운영체제를 따로 만들지 않고 적용할 수 있는 윈도 10의 새로운 구조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곧 있을 1주년 업데이트는 PC뿐 아니라 윈도 10 기반 장치가 연동해 어떤 시너지를 낼 것인지를 보여주는 몇 가지 기능이 추가된다.
먼저 윈도 스토어다. 1주년 업데이트가 적용된 윈도 스토어에서 한 가지 특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윈도 스토어에 등록된 유니버설 앱의 소개 페이지에 이 앱을 쓸 수 있는 장치의 종류가 표시된다는 점이다. 이는 하나의 앱을 윈도 10 기반의 여러 장치에서 쓸 수 있는 유니버설 앱임을 가르키는 것이지만, 결과적으로 하나의 윈도 스토어가 여러 장치에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의미기도 하다. 윈도 10 기반으로 업그레이드 된 엑스박스 원(XBOX One)이나 윈도 10 모바일이 적용된 윈도폰, 홀로렌즈, 그 밖의 윈도 장치에 들어가는 스토어가 인터페이스는 다르지만, 기능적으로는 모두 동일하게 작동한다.
윈도 10 기반 장치간 연동이 넓어지는 것도 1주년 업데이트의 특징이다. 엑스박스 플레이 애니웨어(XBOX Play Anywhere)는 윈도 10 기반으로 업그레이드된 엑스박스 원의 게임을 인터넷과 연동된 윈도 10 PC만 있으면 어디에서나 즐길 수 있다. 1주년 업데이트를 마친 윈도 10 PC에 추가되는 커넥트 앱으로 다른 윈도 10 PC나 윈도폰을 지금 쓰고 있는 PC의 키보드와 컨트롤러로 손쉽게 다룰 수 있도록 돕는다. 다른 장치를 마치 앱처럼 다루게 하는 것이면서도 새로운 개념의 컨티뉴엄이기도 한 이 기능은 모두 윈도 10 장치 환경에서만 할 수 있다.
이처럼 윈도 10 1주년 업데이트는 그 이전까지 장치의 운영체제로서 이해됐던 윈도 10에서 한발 더 나아가 모든 장치를 연결해 좀더 큰 윈도 10 생태계를 바라보고 있다. 중요한 점은 전체 윈도 생태계가 아니라 확실히 윈도 10만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윈도 7이나 윈도 8.x이 윈도 10보다 더 많이 보급되긴 했어도 과거의 운영체제는 윈도 10의 미래에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는 것을 1주년 업데이트는 의미한다.
결국 지난 1년 동안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 10의 무료 업그레이드라는 정책을 시행한 것은 새로운 기능의 문제가 아니라 과거의 윈도와 단절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이용자에게 주기 위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윈도 시대의 끝을 정리하고 윈도 10 시대를 열기 위한 완충 장치였던 것이다. 이미 윈도 10의 세상만을 바라보고 있음을 돌려서 말해왔던 마이크로소프트가 함께 가자고 내민 손. 윈도 10 무료 업그레이드 종료는 단순히 업그레이드를 결정할 시간의 끝이 아니라 윈도 10 시대로 가는 시작점인 셈이다. 그 시작점에 함께 설지 말지 선택은 오로지 이용자의 몫이었지만, 이 한 가지는 확실하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윈도 10을 가진 이들 만이 마이크로소프트가 만드는 기회를 계속 갖게 될 것이라고…
덧붙임 #
1. 코타나는 언제쯤 우리나라에서 써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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