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텍스의 무게 중심, PC에서 스타트업으로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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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텍스 2016의 주요 변화를 설명하는 월터 예 대만무역센터 부사장

해마다 5월 말에서 6월초 사이에 PC 업계의 뉴스를 쏟아내던 전시회가 있었다. 그것이 대만 타이페이에서 열리는 컴퓨텍스(COMPUTEX)다. 컴퓨텍스는 PC 산업의 고도 성장기 동안 주요 기술과 부품, 제품을 발빠르게 선보임으로써 대만을 세계 PC 산업의 중심으로 끌어오는 데 적지 않은 공을 세운 전시회다. 하지만 모바일 산업의 급성장과 PC 산업의 정체가 이어진 지난 몇 년 동안 컴퓨텍스는 PC 중심의 전시 행사에서 벗어나 ICT 행사라는 새로운 방향을 향해 나아갈 준비를 했으나 어수선한 분위기를 정리하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 분위기는 종전과 다를 지도 모르겠다. 컴퓨텍스가 더 이상 PC 중심 전시회가 아니라 글로벌 ICT 전시회로 확실하게 거듭나기 위한 프로젝트를 올해 처음 가동하기 때문이다. 그 프로젝트의 밑바탕에 촉망받는 ICT 분야의 글로벌 스타트업이 깔려 있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한 대만무역센터(TAITRA)측 기자 간담회가 27일 롯데호텔에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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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텍스 2016은 4가지 주제의 행사가 있지만, 대부분 스타트업과 밀접관 연관성을 갖고 있다

사실 이 기자 간담회는 조금 의외다. 컴퓨텍스 취재를 여러 번 다녔지만, 컴퓨텍스를 주최, 주관하는 대만무역센터 관계자가 다수 한국을 찾아와 기자 간담회를 연 것은 지난 35회를 통틀어 처음 있는 일이라서다. 우리나라로 치면 대한무역투자공사 ‘KOTRA’와 같은 기구인 대만무역센터는 컴퓨텍스 주관사로 CES나 IFA 같은 외국 전시회에서 설명회를 연 적은 있어도 이 같은 국가별 설명회를 개최한 것도 거의 드문 일이기에 그 발표를 좀더 주의 깊게 들었다.

이날 대만무역센터 월트 예(Walter Yeh) 부사장은 올해 컴퓨텍스에 내세운 4개의 주제에 대해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사물인터넷(IoT)과 혁신적 스타트업, 비즈니스 솔루션과 게이밍이 컴퓨텍스 2016의 주제들인데, 이 가운데 전통적인 PC 산업에 가까운 게이밍을 빼면 나머지 3개의 주제는 스타트업에 더 가깝다. 그만큼 스타트업 쪽으로 이번 전시회의 무게 중심을 옮기려는 강한 의지를 반영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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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텍스 2016에서 스타트업을 위한 전시 공간을 더 많이 준비했다

컴퓨텍스가 이처럼 스타트업에 초점을 맞춘 데는 ICT 관련 부품과 기술, 제품의 구매 플랫폼으로 활용해 온 컴퓨텍스의 속성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는다. 다만 스타트업을 통해서 새로운 기술과 제품의 판매 플랫폼을 만든다는 단순한 의도보다, 컴퓨텍스에서 스타트업의 다양한 교류를 통해 글로벌 스타트업의 도약이 이뤄지기를 바란다. 때문에 이들 스타트업의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단순한 전시 행사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지원 기관과 벤처 캐피탈 등이 참여하는 글로벌 스타트업 행사의 방향도 잡혀 있다.

대만무역센터는 이번 컴퓨텍스에서 세계 여러 나라의 스타트업이 참여하는 아이스타일과 스마텍스, 이노벡스 전시관을 마련한다. 특히 지난 해까지만 해도 B2B 전시관으로 운영하던 제3 전시장 전체를 이노벡스에 참여하는 스타트업을 위해 꾸미기로 했다. 이곳에 전시하는 스타트업은 모두 170개. 이 가운데 미국과 이스라엘 등 50개의 외국 스타트업이 전시에 나서고 우리나라도 KOTRA에서 선정한 10개 업체가 이곳에 마련된 한국관에서 서비스와 기술, 제품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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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벡스 테마관에 참여한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3만 달러의 1등 상금이 걸린 피칭 대회도 진행한다.

대만무역센터 측은 이노벡스 테마관에서 스타트업 네트워킹뿐 아니라 벤처 캐피털을 이어주는 교류들이 활발하게 이뤄져 사업의 기회 만들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기 위해선 의지를 가진 VC의 참여가 중요한 부분이다. 이에 어떤 VC들이 참여하는지 물었다. 대만의 모든 벤처 캐피털의 참여하기로 했고, 싱가포르 VC인 테마섹은 참여를 약속했다. 그 외에도 심천과 중국의 중요 벤처 캐피털의 참여를 추진하고 있는 중이라고.

실제로 이러한 투자 파트너는 이곳에 참여하는 스타트업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다. 1년 전 인공지능을 주제로 창업해 실리콘밸리에서 액셀러레이팅을 마친 국내 스타트업 코노랩스의 민윤정 대표는 컴퓨텍스에 참여한 이유에 대해 “한국이나 대만은 혁신의 자질이 있는 국가일 뿐만 아니라 정부나 관련 단체의 노력이 서로 닮은 것 같다”고 두 나라의 스타트업 지원 상황에 대한 분석을 내놓고, “앞으로 더 큰 투자가 필요할 수도 있는 만큼 향후 잠재적 투자 파트너를 찾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는 바람을 말했다. 곧바로 투자가 이어지지 않더라도 그만한 기회의 장치 되기를 바라는 뉘앙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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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참여하는 컴퓨텍스의 주요 업체 목록. 메르세데스 벤츠와 아우디 등 자동차 업체 뿐만 아니라 삼성도 VR을 들고 참여한다.

이 같은 스타트업의 바람에 대한 첫 시험대나 다름 없는 컴퓨텍스 2016은 5월 31일부터 6월 4일까지 닷새간 대만 타이페이시에서 열린다. TICC와 TWTC, TWTC 난강 등 전시장과 각종 컨퍼런스 공간은 지난 해 그대로지만, 분위기와 이야기는 지난 해와 조금은 달라지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참고로 올해 컴퓨텍스에는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AMD, 엔비디아 등 전통적인 PC 제조사만 아니라 메르세데스 벤츠나 지멘스가 IoT 부문에 참여한다. HTC도 VR HMD를 갖고 나오기로 했다. 그리고 오랜 만에 삼성전자도 참여한다. 역시 VR을 들고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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