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엔드 카메라 소니 RX0, ‘난 액션캠이 아니야!’

t_RX0_01소니코리아가 23일 한국 출시를 발표한 소니 RX0를 처음 접한 건 IFA 프레스컨퍼런스에서다. 사실 이날 발표될 제품에 대한 정보를 살짝 엿듯고 간 터라 놀랄 일은 없을 거라고 방심하고 있던 중 갑자기 이어진 RX0의 발표를 보면서 적잖이 당황했다. 그날 새로운 카메라의 발표는 예고된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사실 소니 RX0를 IFA에서 처음 봤을 때 그냥 작은 크기의 카메라처럼 보였더랬다. 더구나 크기와 납작한 생김새로 볼 때 곧바로 머릿속에 고프로를 그렸던 것은 나만 그런 건 아니었던 듯 싶다. 하지만 RX0의 발표를 듣고 제품을 둘러본 이후 고프로가 대항마라는 생각을 지웠다. RX라는 이름 때문이다. 소니가 지금까지 출시한 하이엔드 카메라 계열로 분류되는 제품에 붙이는 RX라는 모델명을 갖고 있다는 것은 다른 의미로 봐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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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엔드 카메라임에도 거의 고프로가 생각날 만큼 작게 만들었다.

RX0는 두 손가락으로 가볍게 잡을 수 있는 크기지만, 기본 성능은 하이엔드 컴팩트 카메라 RX100과 맞먹는다. 비록 작은 덩치지만 메모리 적측형 1530만 화소 1.0타입 이미지 센서에 자이즈 테사 T* 24mm F4 광각 렌즈, 비온즈 X 프로세서를 실어 화질 처리에 중점을 뒀다. 초당 16연사, 초당 960프레임의 슈퍼 슬로모션 촬영이나 4K 영상 촬영도 거뜬히 해낸다. 후면 LCD가 있어 촬영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도 있다. 작은 크기에 줌만 없을 뿐 RX100에 견줄 능력은 된다.

그런데 고화질 카메라이기는 해도 소니 RX0를 액션캠이라 말하긴 어렵다. 하이엔드 컴팩트 카메라 수준의 성능을 갖춘 초소형 카메라임에도 액션캠으로 쓸 수 없는 이유가 있다. 거친 실내외 운동이나 모터 스포츠처럼 흔들림이 심한 상황에 필요한 제원을 갖추지 못한 탓이다. RX0는 광학식이든 전자식이든 손떨림 방지가 없다. 광학식 손떨림 방지를 적용하려니 광학 모듈의 길이가 문제였고, 전자식으로 하려니 화각 축소와 화질 저하를 싫어하는 개발자의 고집 때문에 제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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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여러 대의 카메라를 써야 하는 촬영 환경에 최적화된 카메라다.

그러면 소니는 액션캠으로 쓰기 힘든 고성능 소형 카메라를 왜 내놓았을까? 물론 액션캠으로 전혀 쓸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아직 개발이 덜 끝난 RX0 전용 짐벌이 나오면 아주 심한 움직임이 아닌 걷는 정도의 흔들림에서는 안정적인 영상을 얻을 수도 있다. 하지만 RX0는 여러 대의 카메라를 동시에 써야 하는 멀티 카메라 시장을 겨냥한 제품이다. 1대의 카메라만으로 사진과 영상을 찍는 일반적인 촬영 환경과 다르게 영화나 스튜디오에서 촬영하는 영상은 사정이 다르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에이전트가 쏜 총알을 네오가 뒤로 누우면서 총알을 피할 때 360도 회전하던 장면은 일정한 간격으로 수많은 카메라를 배치한 뒤 타임 슬라이스라는 방식으로 거의 동시에 촬영해야 얻을 수 있는 것으로, 이 같은 촬영에 RX0로 대체하라는 것이다.

종전에는 매트릭스 같은 장면을 찍을 때 무거운 DSLR을 주로 써왔다. 카메라 바디와 렌즈의 대당 가격도 어마어마하지만, 전체 카메라의 무게만 따져도 어마어마해 운반이 쉽지 않고 이 카메라를 설치하는 지지대의 강성도 만만치 않은 부수적인 문제까지 않고 있었다. 이에 비해RX0는 크기와 무게를 동시에 줄임으로써 이동도 쉬울 뿐만 아니라 지지대도 좀더 얇고 가볍게 만들어 다양한 각도나 촬영 환경을 구현할 수 있다. 만약 공과 같은 구 형태의 거치대에 RX0를 꽂으면 가상 현실을 위한 360도 사진이나 영상을 찍을 수 있는 VR 카메라로 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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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X0로 만든 360도 VR 카메라.

이러한 카메라 구성 때문에 소니가 RX0에서 강조하는 특징은 무선 동조 발신기에서 동시 촬영할 수 있는 카메라의 수와 낙하 같은 특수 촬영에서 견디는 내구성이다. RX0용 무선 동조 발신기는 최대 15대의 RX0를 동시에 촬영할 수 있는 기능이 있고, 만약 컨트롤러가 없어도 스마트폰의 플레이메모리즈 앱을 이용하면 최대 5대까지 동시에 제어할 수도 있다. 물론 15개도 많은 것은 아니어서 소니는 더 많은 RX0를 연결할 수 있는 솔루션을 2018년에 선보일 예정이다.

흥미로운 부분은 2m의 낙하 충격과 200kg의 무게를 견디는 내구성이다. 물론 방수도 된다. 손떨림 방지가 없어 잦은 흔들림에 취약해도 낙하 영상을 찍거나 바닥에 깔아 놓은 RX0 위에서 움직이는 영상을 촬영할 때 받는 충격도 견뎌낸다. 더구나 방진 처리까지 해 먼지가 많은 곳에서도 촬영할 수 있으므로 기존 DSLR 중심의 멀티 카메라 샷으로 할 수 없는 일들을 해내도록 설계됐다. 생김새만 액션캠과 비슷할 뿐, RX0는 전혀 다른 성격의 제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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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X0를 만든 기술들이 들어간 액션캠을 기대해도 되지 않을까?

소니 RX0는 누구나 쓸 수 있는 카메라지만, 정말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항상 되새겨 봐야 할 제품이다. 크기는 작아도 대당 1백만원이나 하는 제품의 쓰임새가 너무 명확하기 때문이다. 물론 RX0를 액션캠으로 활용한다 해도 따라다니며 말릴 수 없다. 단지 앞서 말한 대로 준비되지 않은 액션캠의 능력을 바라는 건 욕심이라는 점만 알면 된다.

그렇다고 RX0를 액션캠으로 쓰기 어렵다는 것이 너무 슬퍼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큰 덩치를 이렇게 줄여놨는데, RX0급 액션캠을 내놓는 건 결국 시간 문제 아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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