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 저격’이라는 넷플릭스, 당신의 취향과 다른 이유

표면적으로 넷플릭스는 콘텐츠를 서비스한다. 넷플릭스에 가입한 이용자라면 인터넷이 연결된 어디에서나 세계의 영화와 드라마,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콘텐츠를 골라 볼 수 있다. 물론 세상의 모든 콘텐츠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더라도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콘텐츠가 가득하다.

이처럼 다채로운 콘텐츠를 시도때도 없이 볼 수 있는 넷플릭스는 콘텐츠 서비스 사업자임에도 되도록 그런 성격으로 서비스를 재단하는 것을 경계한다. 단순히 콘텐츠를 유통하는 게 아니라 콘텐츠의 소비를 위해 수많은 알고리즘을 적용하고 있는 IT 기업이라는 것이다. 넷플릭스의 임원들이 종종 한국을 찾아와 쏟아내는 말들을 들어보면 확실히 일반적인 콘텐츠 추천과 다른 IT 기술에 대한 설명이적지 않다.

넷플릭스가 IT 기업임을 강조하는 이유 가운데 이용자의 취향에 맞는 콘텐츠의 추천 알고리즘이 빠지지 않는다. 이용자가 콘텐츠를 시청한 이후 볼만한 콘텐츠를 추천하는 이 과정에서 수많은 시청 데이터를 분석하고 기계 학습을 거치는 등 다양한 IT 기술을 활용한다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이용자의 프로필마다 전혀 다른 추천 콘텐츠를 보여준다.

인위적으로 콘텐츠를 배열하는 관리자의 개입 없이 시스템에 의한 추천의 증거는 이용자마다 전혀 다르게 보여지는 홈화면이다. 이용자가 시청했던 콘텐츠의 성격에 따라 홈화면을 구성하는 콘텐츠는 매일 바뀐다. 넷플릭스는 이 홈 화면의 추천 콘텐츠 구성에서 다른 콘텐츠 서비스와 다른 점을 설명한다.

그런데 많은 이들은 시스템에 의한 맞춤형 추천이 지역이나 연령, 콘텐츠의 성격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짐작할 것이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이에 대해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넷플릭스는 각 콘텐츠의 시청 데이터만 분석할 뿐, 연령이나 지역, 콘텐츠의 생산 국가에 대한 요소는 철저히 배제한다. 한국이나 미국 같은 이용자와 콘텐츠의 지역적 구분은 물론 아이들을 뺀 20대와 80대 이용자 같은 식으로 따로 추천 콘텐츠를 분류하지는 않는다는 이야기다.

넷플릭스는 비슷한 시청 패턴을 보이는 이용자들을 묶어 추천 콘텐츠를 선별한다.

넷플릭스의 이용자마다 갖게 되는 프로파일에는 넷플릭스에서 보고 있는 것과 이전에 본 것, 또는 특정 기간 동안 본 것과 하루 중 콘텐를 본 시간 같은 데이터들이 생성되어 있다. 넷플릭스는 이러한 이용자의 프로파일에 포함된 데이터를 꾸준히 기계학습을 시켜 이용자가 필요로 하게 될 것을 찾도록 만든다. 끝까지 본 것은 무엇이고, 짧게 시청했거나 포기한 콘텐츠를 구분하고 콘텐츠 취향을 찾아내는 기본 자료를 만들어낸다.

이렇게 콘텐츠 취향이 확인된 이용자는 넷플릭스가 분류한 취향 집단(Taste Cluster, 또는 Taste Group)에 포함된다. 이 취향 집단은 이용자와 비슷한 취향을 가진 이들의 모임으로 넷플릭스는 이 취향 집단에 맞을 것으로 분류된 콘텐츠 중에 일부를 홈화면에 표시한다. 이를 시청한 이용자들 가운데 페이스북의 ‘좋아요’ 버튼처럼 만족도가 높은 콘텐츠일 수록 같은 취향 집단에 속한 이용자에게 전달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때문에 한국에 살고 있는 어느 20대 이용자와 저 멀리에 있는 80대의 유럽 이용자가 같은 취향군에 속하면 그 두 사람은 비슷한 추천 콘텐츠를 보게 되는 셈이다. 이러한 추천 콘텐츠는 24시간마다 바뀐다.

기묘한 이야기는 지역과 국가마다 서로 다른 타이틀 이미지를 표시한다.

넷플릭스는 취향 클러스터의 숫자를 정확하게 밝히지 않는다. 다만 지난 해 와이어드에서 대략 2천 개 정도라고 밝힌 적이 있긴 한데, 지금 현재 숫자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있다. 매일 새로운 콘텐츠가 추가되고 새로운 이용자의 시청 방법이 바뀌면 이러한 클러스터의 구성도 바뀌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용자에 따른 맞춤형 추천을 통해 90초 이내에 볼만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넷플릭스는 설명한다. 다만 같은 콘텐츠라도 타이틀 이미지 만큼은 지역의 선호도에 맞춰 다르게 제공된다.

하지만 추천 방식에 대한 넷플릭스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이용자들은 넷플릭스의 추천에 의문을 던진다. 분명 내 취향이 아니거나 취향은 맞지만 보지 않은 콘텐츠를 보여주는 홈 화면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다.

여기에는 넷플릭스가 이용자의 시청 의사를 반영하지 않는 기계적 알고리즘을 적용한 이유도 있다. 사실 넷플릭스에서 추천하는 콘텐츠는 이용자가 어쩌면 원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그것을 보지 않고 넘어가는 이유에 대해선 시스템이 신경 쓰지 않는 것이다.

특정 집단에서 옥자와 함께 본 콘텐츠를 모아 다른 이에게 추천하기도 한다.

톰 크루즈의 영화를 좋아하는 시청자가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를 봤다면 넷플릭스는 배우나 영화 장르, 시리즈 등 수많은 조건에서 선별한 취향 집단에 이용자의 경험을 반영하고 그 집단 안에 있는 콘텐츠 중에서 추천 콘텐츠를 보여준다. 문제는 취향 집단 안에서 고를 수 있는 콘텐츠들이 극장이나 다른 VOD 서비스 같은 플랫폼을 통해 이미 본 것이라도 넷플릭스에서 본 게 아니면 그것을 배제하지 않고 보여준다. 왜냐하면 넷플릭스의 추천 시스템은 넷플릭스 안의 시청 기준만 적용하고 있어서다. 이용자가 이미 본 것을 ‘당신이 볼만한 콘텐츠’로 추천하면 이용자는 그 추천에 놀라기보다 서둘러 스크롤을 내려 다른 콘텐츠를 찾을 수밖에 없다.

넷플릭스도 이 문제를 인정한다. 머신러닝 알고리즘의 근본적인 문제라고 넷플릭스 사이언스 및 애널리틱스을 맡고 있는 케이틀린 스몰우드 부사장도 미디어 설명회에서 밝힌 부분이다. 다만 넷플릭스는 이용자가 새로운 콘텐츠를 발굴할 수 있도록 스크린 전체가 추천작으로 구성된다고 말한다. 세분화된 항목에서 다양한 추천작을 올려 찾을 수 있다는 의미지만, 사실 맨 처음에 올라오는 추천 항목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지금의 답변으로 만족하긴 어렵다.

그렇다면 넷플릭스는 이를 배제할 수 있는 선택지를 갖고 있을까? 이미 답을 알고 있겠지만, 지금은 없다. 이용자가 이미 시청했거나 보기를 원하지 않지만 자주 뜨는 콘텐츠에 대해 추천에서 배제시켜 그 취향을 반영하도록 조정이 필요한 부분도 있는데, 넷플릭스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넷플릭스의 시청 경험과 ‘엄지’ 버튼으로 의사를 표시하는 것이 전부인 까닭에 이용자마다 추천 컨텐츠에 대한 만족도가 항상 높을 수만은 없는 듯하다.

이처럼 추천 화면을 보지 못하는 이용자들의 불만에 대해 넷플릭스가 대안을 찾을 것인지 아닌지 넷플릭스의 한국 홍보 대행사를 통해 추가 질의를 했으나 아직 공식적인 회신은 받지 못했다. 답변이 도착한다면 내용을 추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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