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램’에 대한 씁쓸한 뒷 맛, LG 그램 17의 첫인상

LG전자는 지난 17일 기자단과 블로거를 대상으로 LG 그램 17 미디어 데이 행사를 열고 판매를 시작한 ‘LG 그램 17(LG Gram 17)’을 소개했다. LG 그램은 1kg에 못 미치는 노트북. ‘휴대성의 극대화’를 꾀한 노트북 브랜드다. 990g에 이르는 LG 그램 13인치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노트북 시장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기기도 했다.

이번에 공개한 그램은 두 종류로 화면을 돌려 태블릿처럼 쓸 수 있는 LG 투인원 그램, 그리고 17인치의 대화면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LG 그램 17이 있다. 여기서 LG 그램 17은 업무용 제품으로 꾸준히 수요가 있었으나 크기와 무게의 한계 때문에 쉽사리 선택하지 못했던 17인치 제품에 휴대성을 더했다는 이유로 소비자의 관심을 끌었다.

 

LG 그램 17의 특징은 세 가지로, 17인치의 대화면 디스플레이, 여전히 강력한 성능,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특징으로 ‘뛰어난 휴대성’이라는 게 LG전자의 설명이다. 그럼 LG전자의 이 설명을 하나씩 짚어볼 차례다.

 

17인치 노트북은 넓은 작업공간으로 생산성이 필요한 직군에서 꾸준히 수요가 있었다. 그러나 주류가 되지 못했던 이유는 17인치 노트북이 게임용이나 강력한 성능을 갖춘 제품이 주를 이룬 덕분이다. 여기엔 대화면 디스플레이를 탑재해 휴대성을 확보하기 어려우니 성능이라도 강력하게 하자는 계산이 깔려있었고, 17인치 노트북은 자연스레 무겁고 비싼 제품이 됐다.

LG 그램 17은 17인치 디스플레이를 담아내며, 휴대성 또한 확보했다는 점이 다르다. 16:10의 화면비 WQXGA(2560×1600)의 해상도를 갖춰 큼직큼직한 화면에서 작업을 이어갈 수 있다. 디스플레이는 sRGB 96% 수준의 색 재현력을 갖췄다는 게 LG전자의 설명이나, 실측해본 매체나 개인의 이야기를 빌리자면 100%를 조금 웃돈다고 하니 참고하자.

 

17인치라는 대화면을 적용하면서 성능은 최대한 그대로 유지한 점은 매력적이다. 전작인 올뉴그램부터 이어진 듀얼 슬롯 구성은 LG 그램 17에도 이어져 저장공간과 DDR4 램을 확장할 수 있다. 내부 확장성뿐만 아니라 단자를 통한 외부 확장성도 그대로다.

풀타입 USB 단자 3개, 썬더볼트3를 지원하는 USB 타입C 단자 1개, HDMI, 3.5mm 오디오 단자, 마이크로SD 카드 슬롯, DC 전원과 켄싱턴 락 홀까지 단자를 꼼꼼하게 담았다. 노트북에서 기대하는 확장성을 충분히 만족시키기에 충분하다.

 

지난 그램에서는 고급형 일부 제품에서만 지원하던 썬더볼트를 이번 LG 그램 17은 모든 모델에서 지원한다. 그래서인지 eGPU를 활용한 시연이 돋보였다. 일반 그램에선 하기 힘든 게임을 eGPU(LG전자는 예판 사은품으로 조탁(ZOTAC) 사의 AMP 미니 박스 제품을 제공했다) 연결을 통해 실행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LG 그램 17의 휴대성은 놀랄 만하다. 매년 그램 시리즈를 새롭게 볼 때마다 무게에 새삼스레 놀라게 되는데, ‘이렇게 큰 기기의 무게는 묵직할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내 편견 때문이다. 그리고 매년 크기에 맞지 않는 가벼운 무게에 놀라며 편견을 깨는 상쾌함을 느끼곤 한다.

다만, 올해 등장한 그램 17은 전년보다 무게가 늘어나 1,340g에 달한다. 1kg 미만의 무게로 휴대성의 극한을 보여주겠다는 LG 그램(LG Gram)의 첫 포부와는 거리가 조금 있는 무게다. LG전자 또한 이러한 시선을 의식한 듯, ‘LG 그램 17의 1,340g은 LG전자가 구현할 수 없던 17인치 노트북의 경량화를 이끈 자부심’이라고 밝혔다.

 

무게를 더 줄일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결국은 배터리다. 그러나 LG 그램 17은 전작과 같은 72Wh 배터리를 그대로 유지했다. 폼팩터가 커지면서 공간이 남았으나 배터리를 더하지도 않았고, 무게 때문에 덜지도 않았다. 모바일마크 2014 기준으로 최대 19.8시간 가는 배터리가 필요하다고 여긴 듯하다.

이번 LG 그램 17에서 LG전자의 설명을 들으며 시각차를 조금 느낄 수 있었다. 앞서 본 1,340g의 킬로그램과 LG전자와 자부심. 그리고 내구성.

 

LG 그램 17은 휴대성과 활용성 모두를 잡았다는 게 LG전자의 설명이다. 1,340g은 휴대성과 성능 사이에 적당한 균형점이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LG전자가 그램 브랜드를 처음 내세울 때 내건 핵심이 ‘휴대성’이었다는 걸 고려하면, ‘그램’이라는 핵심 가치를 포기한 게 뼈아프다.

그램 노트북의 첫 등장과 함께 쫓아다니는 우려는 내구성이다. 이렇게 얇고 가벼운 노트북이 튼튼하겠냐는 것. LG전자는 이 우려를 종식하기 위해 밀스펙 통과를 들었다. 여기에도 시각차가 존재하는데, LG전자는 상판의 휘어짐도 유연한 구성으로 외관의 손상이 심각한 내부 손상으로 이어지지 않음을 장점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소비자가 바라는 노트북의 내구성이라는 건 외관을 그대로 유지를 전제로 한 내구성이지, 겉은 어떻게 되든 ‘작동은 한다’에 목적을 두는 내구성이 아니라는 점에서 LG전자와 내구성을 보는 시각차가 남았다.

 

LG전자는 이날 LG 그램 17을 소개하며 지난 15.6인치 모델 이상의 시장 결과를 조심스레 점쳤다. 기존에 없던 가치를 담아낸 LG 그램 17의 결과는 기대할 수 있을 지 몰라도 그램을 그램답게 하는 중요한 가치를 LG 스스로 흔들어버린 것 같아 입맛이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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