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프렌즈 생태계를 위해 걷어내야 할 불확실성
MWC에서 LG G5가 발표되었을 때, G5의 관심도를 더 끌어올린 것은 단순히 LG의 새로운 플래그십이라는 이유만은 아니다. 바로 LG G5와 연계해 쓰는 LG 프렌즈라는 주변 장치 생태계 때문이기도 하다. LG G5가 있으면 가상 현실 HMD나 VR 카메라를 유선으로, 가정용 감시 로봇을 무선으로, 카메라의 손잡이 역할을 하는 그립부와 오디오 같은 모듈을 본체에 꽂아서 다채롭게 활용할 수 있다. LG 프렌즈용 주변 장치를 쉽게 연결하고 관리하는 앱도 이미 준비해 놓았다.
그런데 LG 프렌즈가 여러 사람의 관심을 끄는 이유를 들여다보면 그냥 G5에서 쓸 수 있는 주변 장치라서 그런 것이 아니다. LG가 LG 프렌즈를 발표할 당시 플랫폼에 기반한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선언과 아울러 더 많은 호환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개발 도구를 약속하는 등 종전 제품을 발표할 때와 상당히 다른 언어들이 나온 때문이다. 이를 통해 주변 장치가 늘어나면 G5 이용자들은 스마트폰을 바꾸지 않고 원하는 기능을 보강하거나 활용도를 넓힐 수 있는데, 정말 그 의도대로 된다면 LG는 G5 중심의 풍부한 주변 장치를 구축해 개발자와 이용자를 모두 아우르는 도랑치고 가재 잡는 효과를 얻을 수 있게 된다.
LG 프렌즈 같은 생태계 전략은 앞서 LG에서 볼 수 없던 과감한 시도라는 점에서 제법 참신한 평가를 받는 것은 분명하다. 중소 개발자들에게 협업의 기회를 만들고 이용자들에게 더 풍부한 이용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으니까. 단지 이쯤에서 생태계의 육성을 위해 좀더 현실을 냉정히 바라 봐야 하는 부분도 적지 않다. 생태계라는 게 의도대로 키울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생존력이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한 상황이라서다. 때문에 여기서 이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LG에게 생태계의 구성원들이 질문을 던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다.
지금 LG에게 끊임 없이 묻고 있는 두 가지 질문은 이렇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LG 프렌즈의 제품을 G5가 아닌 다른 제품에서도 쓸 수 있느냐는 것이고, 개발자 입장에서는 G5뿐만 아니라 호환 생태계를 얼마나 확장할 계획을 갖고 있는가다. 둘다 쉬운 질문이 아니지만, 플랫폼 기반의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을 준비하고 실행하는 LG라면 그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서 반드시 답해야 할 것이기도 하다.
이 두 개의 질문은 LG를 취재하는 대부분의 기자가 갖고 있다. 그와 관련한 여러 질문에 가운데 지난 24일 가로수길에 만든 G5 체험 공간인 LG 플레이그라운드 개장 행사에서 1시간여 동안 진행된 기자 간담회를 통해 일부 답을 들을 수 있었다. 얼마나 기다렸던지 기자 간담회를 시작하자마자 이 질문이 곧바로 나왔을 정도다. 여러 질문 가운데 이날 가장 공유를 많이 했던 질문은 LG 프렌즈를 이후 제품에서 쓸 수 있느냐는 것이다. 조준호 사장은 “고민해 보겠다”고 답했다. 특히 G5 모듈은 디자인과 곧바로 연결되지만, 모듈 어댑터를 이용하는 방법을 쓰더라도 쓸 수 있도록 고민해 보겠다는 게 조준호 사장의 답변이었다.
보다시피 속이 뻥 뚫리는 대답은 아니다. 여전히 확신을 느낄 수 없는 애매한 답변이다. 긍정적으로 해석하면 이후 제품에서도 LG 프렌즈를 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는 반면 이제 호환을 고민해보겠다는 것은 이제까지 준비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처음부터 호환을 고려한 제품을 설계하고 생태계 구축에 들어간 것이면 당연히 그렇게 할 것이라는 가장 쉬운 답이 나왔을 테고 G5 이후 얼마나 많은 호환 제품을 만들 것이냐는 나머지 질문에 대한 답만 구하면 될 일이었는데, 이 날은 이 질문 하나로 끝났다. 이 질문과 답만으로 모든 것을 유추할 수는 없지만, LG 프렌즈는 플랫폼 기반 생태계 관점에서 구체적인 방향성을 잡았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것은 분명해 보인다. 만약 그 방향성이 확고한 상태에서 LG 프렌즈가 나왔으면 LG는 이 질문에 어렵지 않게 답했을 테니까 말이다.
결국 지금부터 LG 프렌즈 생태계의 불확실한 방향성이 장기화될 때 미치는 영향을 고민해야 한다. LG 프렌즈가 G5라는 단일 플랫폼에 제한되는 생태계 제품이라면 이후의 불확실성을 생각할 때 이용자나 개발자 모두 추가 투자를 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으니까. G5 같은 제품이 매번 나올 때마다 개발자들이 추가로 투자해 제품을 개발하고 이용자들이 새로 제품 산다는 것을 계산에 넣은 전략이 아니기를 바라지만, 사실 이것도 원래 의도에 있었는지 조차 모를 정도로 지금은 너무 애매한 상황이다.
때문에 LG가 서둘러 이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한다. 이는 생태계의 생명력과 연관이 있는 일이다. 플랫폼 중심의 생태계에서 호환성 없는 제품의 생명력이 짧을 수밖에 없다. 그것이 소프트웨어든 하드웨어든 말이다. 새 운영체제가 나왔을 때 이전에 쓰던 프로그램이나 서비스를 쓸 수 없다면 누가 믿고 그 프로그램을 살까? 새 하드웨어를 샀는데, 이전에 샀던 주변장치를 모두 못쓴다고 하면 망설이는 것은 당연하지 않을까? 아마도 우리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LG에게 이 두 가지 질문을 계속 할 것이다. 한다, 안한다, 못한다 같은 확실한 방향성을 가진 대답이 나올 때까지 말이다. G5가 31일에 출시되고 당분간 관심을 끌겠지만, 불확실성을 제거하지 못한 LG 프렌즈는 어쩌면 하다 그만 둔 LG의 흑역사에 영원히 기록될 일이 될지도 모른다. 그런 역사, 이제 그만 반복해야 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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