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를 내리기에 이른 갤럭시 워치 액티브 2

갤럭시 워치 액티브를 출시한 지 불과 6개월 만에 그 후속을 손목에 차게 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1년 안팎의 기간을 두고 후속 제품을 내놓는 일반적인 제품 출시 주기를 따르지 않을 만큼 급박한 속사정에 대해선 알 수 없다. 갤럭시 워치 액티브 2는 이미 나왔고, 전작의 존재를 빨리 지울 수 있기를 원한다는 점이다. 그것이 가능할까? 

물건 사는 맛이라곤 없는…

솔직히 삼성이 출시하는 제품을 담은 패키지의 만듦새나 구성을 칭찬할 건 거의 없다. 패키지에서 제품의 품격을 느낄 수 있다던가 개성이 있다던가 하는 것이 아니라 대량 생산과 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인상이 언제나 강했던 탓이다. 물론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 없지만, 기어 S2, S3와 갤럭시 워치는 그나마 좀 차별화를 위해 노력한 기억은 남았 있다. 원통 모양의 패키지로 차별화하거나 상자를 열었을 때 좀더 고급스러운 시계의 느낌을 들게 한 점에서 그랬다.

그런데 갤럭시 워치 액티브 시리즈로 들어오면서 ‘패키지 디자인이나 구성에서 삼성은 어떤 노력을 했지?’라는 궁금함부터 머릿 속에 떠오른다. 정육면체의 하얀 상자에 워치 2라는 글자와 이미지만 덩그러이 그려진, 딱히 특별한 느낌도 없는 상자에 시계와 설명서, 부속만 담아 배달되어 왔으니 말이다. 하얀 상자를 열었을 때 검은 속지로 채워진 안쪽에 옆으로 누운 갤럭시 워치 액티브 2 본체, 설명서, 얇은 원통 상자 속에 둘둘 말아 놓은 충전 케이블이 있는, 갤럭시 워치 액티브 때와 다름 없는 구성이다.

 

패키지 안쪽의 모습. 어댑터도 대충 둘둘 말아놓은 듯하다.



분명 갤럭시 워치 2 액티브를 쓰는 데 필요한, 있을 것은 다 있다. 유일한 문제라면 방금 도착한 새 제품을 손에 쥐는 순간 끌어오르는 희열 따윈 1도 나타나지 않는다는 거다. “우와~ 이게 갤럭시 워치 액티브 2야!”라는 놀라움을 덤으로 받고 싶은 이들에겐 안타까운 일이지만, 물건 사는 맛 따윈 갤럭시 워치 액티브 2의 패키지에서 기대하지 마시라.

같은 생김새, 눈에 띄는 변화들

패키지에서 겪은 실망은 갤럭시 워치 액티브 2를 쓰다 보면 잊혀진다. 어차피 패키지야 제품을 꺼내고 나면 버리든 어디든 처박아 두고 더 이상 볼 일은 없으니까.

그런데 갤럭시 워치 액티브 2를 꺼내다 문득 몇 달 전 내 손목에서 놀았던 갤럭시 워치 액티브에 비하면 얼마나 달라졌겠나 싶었다. 생김새가 같았으니까. 불소 처리한 기본 시계줄도 똑같다.

하지만 다른 점을 찾는 건 쉽다. 일단 기본 생김새는 그냥 똑같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크기의 차이는 분명하다. 앞서 썼던 갤럭시 워치 액티브가 40mm 크기만 있었다. 갤럭시 워치 액티브 2는 40mm와 44mm 두 가지 크기로 나왔고, 그 중 44mm 검정 알루미늄 본체를 주문했다.

2개의 버튼 구조는 같으나 오른쪽 뒤로 가기 버튼의 모양은 이전 세대와 달라졌다.



은색 모델의 주문 시기를 놓쳐 어쩔 수 없이 검정 색상을 골랐으나 색상보다 크기에서 느끼는 차이는 확실히 다르다. 손목을 차지하는 면적이 넓어진 만큼 무게도 좀더 늘어났다. 늘어난 무게라고 해도 나사 몇 개 정도 차이에 불과하나 이전 세대를 먼저 경험한 터라 미세한 무게의 변화도 느껴진다. 하지만 남성이 일상적인 활동이나 운동을 할 때 방해될 만큼 무겁진 않다.

옆을 보니 버튼의 모양이 조금 다르다. 두 개의 원형 버튼을 넣었던 이전 세대와 달리 갤럭시 워치 액티브 2는 위쪽 버튼을 타원형으로, 아래 버튼을 일반 원형으로 넣어 다른 크기로 넣었다. 두 버튼의 역할은 이전과 비교해 다르지 않다. 다만 타원형 버튼이 이전으로 돌아가기 기능만 할 것으로 보이진 않으나 지금은 그냥 버튼 이외에 다른 기능은 막힌 상태다.

가운데 8개의 심박 센서가 있으나 그 주변에 심전도를 위한 부품이 들어 있다.



갤럭시 워치 액티브 2의 바닥쪽 변화는 더욱 흥미롭다. 원래 심박수 측정을 위해 여러 센서를 넣었던 이전 세대와 달리 바닥쪽 모습은 마치 애플 워치 4 시리즈와 비슷하게 보여서다. 심박수 측정을 위한 8개의 HRM 센서와 함께 심전도(ECG) 측정을 위한 설계와 부품이 들어 있으나 지금 이를 쓸 수 있는 기능은 작동하지 않는다. 삼성도 제원 설명 페이지에서 숨기고 있는, 어쩌면 있다고 말할 수 없는 사정이 이해되는 유일한 이유는 언제쯤 쓸 수 있을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 기능을 깨우지 않는 한 갤럭시 워치 액티브 2의 경쟁력은 계속 잠잘 수 밖에 없다. 확실한 것이라면 올해 안에 이 기능의 활성화는 글렀다는 점이다. 그나마 미국은 2020년이라도 쓰게 될 가능성이 있으나 한국은 그럴 가능성 마저 예측할 수 없는 미궁 속에 빠진 상태다.

반갑다! 터치 베젤

갤럭시 워치 액티브에서 가장 좋지 않았던 것은 이용자 인터페이스였다. 갤럭시 S2와 S3, 갤럭시 워치는 화면 주변의 베젤을 돌릴 수 있는 베젤 링을 통해 빠르게 페이지나 메뉴 이동하고 정확하게 원하는 조작 지점에서 멈추도록 제어하는 인터페이스를 만들었다.

그런데 갤럭시 워치 액티브에서 베젤 링을 제외하면서 기존 UI가 매우 불편한 구조로 변질됐다. 갤럭시 워치 액티브는 화면 터치만으로 조작해야 했던 터라 터치 환경에 맞춰 메뉴 구조와 페이지 구조를 바꿔야 했으나 베젤 링을 이용하는 기존 구조를 그대로 적용했던 탓이다. 예를 들어 위젯을 이동할 때 베젤 링으로는 한 방향으로 돌리면 빠르게 이동할 수 있었으나 갤럭시 워치 액티브는 여러 번 화면을 옆으로 밀어내야 했고 손 지문을 화면에 남겨야만 했다. 또한 긴 글을 문자를 읽을 때 읽는 위치마다 손가락을 떼야 했던 것과 달리 터치 베젤로 스크롤 하면서 읽을 수 있다.

베젤을 따라 문지르면 페이지가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이동하고 스크롤도 더 빠르게 할 수 있다.

삼성이 갤럭시 워치 액티브 2에서 이 문제를 재빠르게 수정한 것은 정말 다행이다. 비록 기존처럼 물리적인 베젤 링은 없지만, 터치식 베젤링을 넣어 기존 인터페이스를 쓰는 데 지장이 없도록 했다. 화면 옆의 검은 부분에 손가락을 대고 원을 따라 움직이면 위젯 페이지나 메뉴, 시계 화면을 빠르게 넘길 수 있다. 터치 베젤을 다루는 동안 작동 여부를 손 끝으로 알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툭툭 진동을 주는 햅틱 피드백도 제법 괜찮았다.

다만 실제 링을 돌리는 물리적 방식과 비교했을 때 터치식은 반응 속도나 정확도 측면에서 조금 떨어지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베젤이 넓은 편이 아니다 보니 터치 베젤에 손을 댈 때 화면을 터치하는 일이 종종 생긴다. 또한 터치 베젤에 손가락을 올려도 인식하지 않아 손가락을 다시 대야 할 때도 있다. 이전 세대의 불편함을 고려하면 감수할 수 있는 수준의 터치 오류와 오동작이긴 한데, 물리 베젤 링 수준의 높은 완성도를 터치 베젤에서 쓰고 싶은 욕심은 끝이 없다.

시원한 화면, 복잡한 디자인은 별로

갤럭시 워치 액티브 2 44mm 본체는 360×360 픽셀의 1.4인치 AMOLED를 쓴다. 40mm와 픽셀 수가 같고 약간 더 큰 화면이다. 그러다보니 픽셀 밀도가 조금 떨어지는 건 아닌가 싶었는데, 화면을 보니 그런 걱정은 접어도 될 듯하다. 더구나 베젤이 깔끔한 터라 화면을 켜지 않은 상태에서 둥근 디스플레이로 보여 이전 세대 제품보다 더 큰 화면으로 보인다.

단순한 기본 시계(왼쪽)과 복잡한 바늘 시계(오른쪽). 오른쪽 시계 화면은 갤럭시 워치나 기어 S3에 매우 잘 어울린다.



이처럼 깔끔함 덕분에 다양한 정보를 확인할 때 복잡성은 상대적으로 적다. 베젤에 자잘한 눈금 표시가 있는 타키미터 베젤을 쓸 때는 가끔 화면에 집중하기 어려울 때가 있으나 베젤이 깔끔한 갤럭시 워치 액티브 2의 시원한 화면에선 그런 점은 찾기 어렵다.

한 가지 문제는 화면 중심의 깔끔한 시계다 보니 타키미터 베젤에 맞춰 만든 시계 화면을 쓰면 그다지 멋은 없다는 점이다. 다양한 정보를 담기 위해서 문자판이 복잡한 시계 화면을 쓸 수는 있으나 이러한 시계들을 갤럭시 워치 액티브 2에 올리면 어지러움을 분산할 수 있는 다른 요소가 없어 시계 화면 자체가 매우 어지럽게 보인다. 아마도 타키미터가 있는 시계에서 예쁘지 않은 좀더 단순화 시계 화면들이 갤럭시 워치 액티브에 훨씬 잘 어울리는 이유도 이 때문일 듯 싶다.

4일의 배터리, 통화, 티머니, 수면 측정

거의 두 달 가까이 갤럭시 워치 액티브 2를 쓰면서 가장 신경 써서 지켜본 것이 배터리다. 갤럭시 워치 액티브 2도 40mm와 44mm의 배터리 용량 차이가 있기 때문에 동일한 평가를 할 수는 없다. 또한 LTE 모델과 블루투스 모델도 배터리 소모량이 다르다. 다만 적어도 44mm 블루투스 버전의 갤럭시 워치 액티브 2에 대해선 그리 나쁜 결론을 내리긴 어려워 보인다.

44mm 갤럭시 워치 액티브 2의 배터리 용량은 340mAh다. 배터리 용량이 많으면 무조건 오래 작동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게는 3일, 많으면 4~5일까지 갤럭시 워치 액티브 2는 재충전 없이 쓸 수 있다. 이러한 결론을 얻은 테스트 환경은 이렇다. 아침부터 밤까지 알림이 들어와 손목을 돌릴 때만 화면을 켜고, 잠자는 동안 슬립 모드로 지정한 뒤 24시간 내내 손목에 차는 조건이다. 하루 종일 갤럭시 워치 액티브 2를 차고 돌아다니다가 수면 측정까지 해도 소비하는 배터리는 20~25% 정도다. 시계 화면을 항상 켜는 올웨이즈 온 모드를 쓰면 5% 정도 더 소모한다. 그럼에도 하루에 50%를 쓰던 갤럭시 워치 액티브에 비하면 액티브 2의 배터리 성능은 확실히 낫다.

수면 측정 이후 매우 자세하게 수면 상태를 분석해 보여준다.

물론 갤럭시 워치 액티브 2에 블루투스 무선 이어폰을 연동해 음악을 들으면 배터리 소모 속도는 빨라진다. 갤럭시 워치 액티브 2에서 통화를 해도 좀더 배터리를 소모할 수는 있다. 그렇더라도 다양한 알림을 확인하고 움직임 및 수면 추적을 하는 생활형 스마트워치로 쓸 때 배터리에 대한 고민은 이전 세대보다 덜하다. 충전도 빨라서 20%의 배터리는 샤워하는 정도의 짧은 시간이면 모두 채워진다.

앞서 갤럭시 워치 액티브는 전화를 받지 못했다. 스피커를 내장하지 않은 것도 있지만, 무선 이어 버드로 연결한 상황도 연동된 스마트폰으로 걸려온 전화를 받는 것을 차단했다. 갤럭시 워치 액티브 2는 이 단점도 제거했다. 스피커를 내장해 스마트폰과 떨어져 있어도 통화를 할 수 있고, 무선 이어 버드를 통해서 전화를 받을 수도 있다.

티머니(T-Money)는 한국에서 먹어 주는 재주다. 물론 스마트폰과 연동해야만 쓸 수 있는 기능이기는 해도, 가끔 버스나 지하철에서 폰이나 지갑을 꺼내지 않고 손목만 대면 어디든 갈 수 있는 점은 편하다. 물론 카드기의 위치에 따라 불편할 때도 있지만 말이다.

수면 측정은 이전 세대나 갤럭시 워치 액티브 2나 성능의 차이를 말하긴 어려운 부분이다. 그만큼 갤럭시 워치 액티브 2도 수면 상태에 따라 세밀하게 추적하는 능력은 좋다는 의미다. 다만 이전 세대보다 조금 무거워진 터라 밤에 차고 자는 게 약간 부담스럽기는 하다. 또한 헐겁게 갤럭시 워치 액티브 2를 찼을 때 손목에 고정되지 않아 수면 측정에 실패할 때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이전 세대의 완성, 하지만…

아직 갤럭시 워치 액티브 2를 평가할 때가 아닌 것은 알지만, 지난 두 달을 정리해 보면 이전 세대의 단점은 확실하게 없앴다. 이전 세대에서 불만이었던 조작성이나 불가능했던 통화 기능 등 여러 개선점을 담은 때문이다. 따라서 이전 세대를 완성한 제품으로써 갤럭시 워치 2는 그 의미가 있다. 다만 짧은 제품 출시 주기로 인해 이전 세대 구매자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크고, 돈 주고 제품 사는 맛 없는 패키지는 여전히 고민거리다.

시계 전체 바닥 면에 닿지 않기 때문에 손목에 대한 압박이나 불편이 상대적으로 덜하다.



그렇다 해도 갤럭시 워치 액티브 2의 모든 잠재력이 다 나온 게 아니기에 애플 워치에 견줄 만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말하긴 어렵다. 이는 심전도, 낙상 감지 기능에 묶여 있는 족쇄가 풀어지는 날 다시 평가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 때가 되면 갤럭시 워치 액티브 2에 대한 평가를 바꿀 수도 있다. 지금보다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다. 또한 애플 워치보다 낫다는 평가도, 아니라는 평가도 받을 수 있다. 다만 지금은 이런 평가를 할 때가 아니다. 오늘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이용자에게 만족도 높은 스마트워치라고 말할 수 있을 뿐. 이 평가를 바꾸는 데 앞으로 얼마의 시간이 더 걸릴 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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