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만화/게임에 쓰이는 전형적인 스토리 구성

1. 태초의 평온 상태

이야기의 도입 부분.
주인공이 소속된 집단, 지역, 도시, 마을, 국가, 가족, 친구....등등...
주인공이 처음에 머물고 있는 곳은 나름대로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모두가 평화롭고 서로서로 웃음꽃이 피어나며 가난하더라도 마음은 풍요로운 일종의 지상낙원으로 그려지는 경우도 많으며, 그럴 경우에는 스토리 마지막에 주인공과 친구들이 궁극적으로 도달해야 하는 상태가 바로 이 태초의 평온함이다.
반면, 주인공에게는 선천적인 컴플렉스나 태초의 현실에 대한 불만이 있는 경우도 있다.
(몸이 약하다, 싸움을 못한다, 운동을 못한다, 집이 가난하다, 부모없는 고아다, 괴롭힘을 당한다, 여자에게 차인다, 할일없는 백수다, 세상 일에 무관심하다 등등)
그러나 주인공에게는 그러한 자신의 컴플렉스나 다소 불안하거나 불만족스러운 현실을 개혁할만한 의지나 계획, 능력은 별로 없다.

2. 흑선의 도래

주인공이 소속된 곳으로 외적 혹은 외부인이 난입해 온다.
세계 정복을 꿈꾸는 나쁜 과학자나 마법사, 혹은 그런 세력의 졸개,
헛된 꿈을 꾸고 있는 반쯤 정신나간 떠돌이,
외계 또는 미래 등 비현실 세계에서 주인공을 찾아온 이상한 인물(또는 로봇 등),
비현실적으로 아름답고 능력좋은 전학생, 짝사랑, 동경의 대상, 선생님, 라이벌 등등...
별의 별 군상들이 주인공이 처한 현실에 갑자기 침입한다.

3. 태초의 안정상태가 깨어짐

그렇게 침입해 들어온 흑선 캐릭터에 의해 주인공의 처음 현실상태는 무너진다.
부모나 스승이 죽는다거나, 마을이 망하거나 나라가 망하거나,
이성에게 반하거나 라이벌에게 패하거나,
돈을 잃거나 직장에서 쫓겨나거나 갑자기 여행을 떠나야만 한다거나 등등
아무튼 별의 별 방법으로 주인공의 최초 안정상태는 깨어진다.

4. 새로운 도전과제가 주어짐

그렇게 안정상태가 깨어지면서 주인공에게는 새로운 과제가 주어진다.
무슨무슨 아이템을 찾아야 한다든지, 무슨무슨 스킬을 키워야 한다든지 등등
주인공이 현재 보유한 객관적 능력치가 적나라하게 까발려지면서
라이벌 또는 도전대상과의 능력차도 확연하게 드러난다.
주인공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가지 도전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5. 스스로의 잠재능력을 깨달음

도전과제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주인공은 원래부터 자신에게 잠재되어 있는 능력을 깨닫는다.
원래 혈통좋고 뼈대있는 가문 출신이라든지, 신체적 조건이 좋다든지,
여자에게 호감을 잘 산다든지, 머리가 좋다든지,
원래부터 전해져오는 전통적인 아이템과 스킬을 쓸 줄 몰랐다든지,
이도 저도 아니면 최소한 운이라도 좋다든지, 등등 자신에게 잠재되어 있는 능력을 활용하는 방법을 배워 나간다.

6. 외부세계와의 계속되는 긴장관계

주인공은 그렇게 스스로의 능력을 계속 키워나가며 잡몹들 정도는 쉽게 상대하게 되지만,
보스급 캐릭과의 격차는 아직 터무니없이 크다.
주인공이 어느 레벨을 통과할 때마다 항상 '그 이상의 세계'가 있음이 강조된다.
그렇다, 아직 주인공은 '세계'를 상대할 레벨은 아닌 것이다.
특히 '세계'에 대한 강조는 일본식 성장물이 매번 강조하는 요소로,
축구만화,야구만화 등 스포츠는 물론이거니와
모든 문물에서 그 소재를 가리지 않고 강조되고 있는 요소이다.

7. 내부 갈등 관계의 극복

그렇게 '세계'를 상대하기 위해 매일 정진하기도 모자란 판에,
주인공이 속한 내부세계가 이런 저런 이유로 분열한다.
사소한 걸 챙겨주지 못해서 친구나 애인이 곁을 떠나기도 하고,
소속팀에 무슨 문제가 생기기도 하고,
가정환경이 불우한 동료가 결국 대열에서 이탈하기도 하고,
지금까지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 온 동료세력이 배신을 때리기도 하고 등등...
우여곡절을 겪게 되지만
마침내는 그동안 말하지 못한 서로의 진심을 털어놓는 등
'모두'를 위해 갈등을 극복하고 화합해나간다.

8. '세계'로의 진출, 그리고 마지막 보스와의 정면 대결

그렇게 주인공과 그 동료들은 한레벨 한레벨씩 '세계'를 향해 착착 성장하며 한걸음씩 나아가고,
마침내는 마지막 보스급 캐릭이나 세력들과 최종 담판을 남겨두게 된다.

9. 최종 승리, 그 이후...

최종 보스에게 아주 힘들게 승리를 거두게 된다,
그 승리의 과정에서 '전통' 또는 '변하지 않는 가치' '가족' '사랑' '평화' 같은 영구불변의 이념이 강조되고,
그러한 이념은 사이비 궤변에 맞서 정신적 승리를 거두게 된다.
최종전은 감동과 드라마와 서스펜스가 쉴 새 없이 휘몰아친다.
그 와중에 이런저런 희생은 불가피했다.
아주 가까운 동료가 목숨을 잃었다든지,
스스로의 무언가를 희생했다든지, (심지어 주인공 스스로의 목숨이 희생되는 경우도 있다)
알고 보니 최종보스가 원래는 같은 동료였다든지,
원래는 그렇게 나쁜 넘은 아니었다든지 등등 여러가지 숨겨진 우여곡절이 밝혀지며,
비록 승리는 거둔다고 하더라도 어딘가 뒷맛이 씁쓸한 여운을 남기는 경우도 많다.

10. 다시 태초의 평화로운 상태로...

최종 보스가 살아남았다면, 같은 주인공 편으로 넘어오는 경우도 많다.
죽은 줄 알았던 동료들도 되살아나거나,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되는 일도 생기기도 한다.
물론 이미 이 숭고한 '와(和)'의 세계를 구현하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한
위대한 인물들(그것이 주인공인 경우도 있다)에 대한 존경과 경의와 추모도 곁들여진다.
그리고 이제는 '모두'가 함께 행복하게 영원히 살아가는 세계가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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