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간략한) 와우 포지션별 레이드 매커니즘의 변천사

오늘 트위터에서 와우와 레이드와 FF14의 레이드를 간략하게 비교하는 글이 잠깐 올라왔었는데, 이견이 많아서 원트윗은 지워진 모양이더군요. 여기에 대해 오랜기간 와우를 플레이해오신https://twitter.com/_doss12 님이 의견을 주셨는데, 평소 제가 생각해오던 것과 일치하는 부분이 많아 옮겨봅니다.
아래의 글은 트윗을 그대로 옮긴거라 여러개의 단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일단 '와우의 레이드는 이렇다' 라고 하기엔 와우가 너무 오래 된 게임이고 컨텐츠 양도 많아서 같은 확팩 안에서도 너무나도 다른 레이드가 많아서 딱 하나의 스타일로 정의내리는 건 어렵다고 생각.
와우엔 전투시간이 16분씩 되는 네임드도 있고, 4분 넘으면 전멸이라 3분 안에 잡아야 하는 네임드도 있다. 이게 여러 확팩도 아니고 같은 던전 5넴 7넴에서도 이런 차이가 있으니 어지간히 일반론적인 게 아니면 와우의 레이드를 설명하긴 어렵다고 본다.
와우 레이드는 이렇다! 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건 '탱딜힐의 존재' 정도...?
심지어 탱딜힐 개인이 각자 해야할 역할 자체도 확팩마다 달라지고, 레이드 참가 인원도 확팩마다 다르기 때문에 와우의 레이드란 이런 것이다! 라고 말하기엔 너무나도 다른 경험. 물론 오래 하다보면 결국 큰 맥락은 비슷하긴 하니 감은 잡지만...
탱커는 적을 탱킹하고, 딜러가 적을 잡는 동안, 그때까지 아군을 버티게 해주는 게 힐러의 역할... 여기까진 당연하긴 하지만 각 개인이 주로 해야하는 세부적인 활동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계속 바뀌어왔다.
탱커부터 보면, 예전의 탱커는 몹과 싸우긴 하지만 주로 해야 하는 건 어그로 싸움이었다. 딜러가 딜을 할 수 있도록 충분한 어그로를 확보하는 게 주 역할. 물론 급사하지 않을만한 몸빵력은 중요하지만 그게 주력은 아니었다.
즉 탱커를 살리는 건 힐러의 역할이지 탱커 본인의 역량이 아니었단 이야기. 대신 딜러보다 강한 어그로를 먹으면서 탱 인계가 필요할 때 탱을 넘길 수 있을 정도의 적당한 어그로를 조절하는 게 탱커의 플레이였다. 그땐 심지어 보스들이 도발 면역이었으니..
하지만 최근 확팩의 탱커의 역할은 좀 다른데, 일단 어그로는 더이상 탱커에게 크게 신경 써야할 수치가 아니게 되었다. 원버튼으로 즉시 최고 어글을 가져올 수 있고, 딜러에게 어글이 튀는 건 거의 있을 수 없는 수준으로 어그로 관리가 쉬워졌다.
대신 탱커는 본인의 방어스킬들을 이용해서 능동적으로 생존력을 확보하는 게 메인 플레이가 되었다. 이전엔 잘하는 탱이나 못하는 탱이나 템이 좋으면 튼튼했다면, 지금은 그렇진 않단 이야기. 적극적으로 스킬들을 활용해야 녹지 않을 튼튼함을 보장받는다.
이런 식으로 해당 직군에 요구하는 능력이 달라진 걸 잘 보여주는 사례가 게임에서 쓰이는 용어의 변화. 예전엔 탱이 여럿 필요해도 어그로 핑퐁할 일이 별로 없고 쫄탱을 한다던가 식이어서 메인탱 외의 탱을 세컨탱이나 서브탱으로 불렀는데
요즘엔 어그로를 원버튼으로 가져가다보니 어그로 인계는 거의 모든 네임드에서 탱이 해야하는 기본기가 되어버렸고, 메인 서브를 따로 두는 게 아니라서 메인탱/오프탱이라고 부르거나 보스탱/쫄탱 같은 용어를 더 많이 쓰게 된다.
탱 뿐 아니라 다른 직군도 굉장히 큰 변화를 겪은 건 마찬가지. 예전엔 캐스터 마나 떨어지면 법봉질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젠 법봉도 사라지고 비법 정도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딜러들은 자원(마나 기력 등)이 무한해서 마나 관리를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던가
힐러의 경우, 판다 말에는 마나가 무한이라 레이드 끝까지 강력한 힐을 퍼부을 수 있었기 때문에 보스도 그만큼 막강했는데, 어느 정도냐면 뎀감기 안에 있는 공대원 전체 피를 50%씩 깎는 공격을 2~3초마다 쓰는 걸 25중첩 될 때까지 공대를 살릴 정도
하지만 다른 확팩들에서 힐러는 마나 효율이 좋지 않지만 강력한(많이 차거나, 빨리 나가거나 등등) 힐과, 마나 효율이 좋은 대신 일반적인 힐 스킬을 잘 배분하면서 전투시간 안에 최대한 효과적으로 마나를 사용하도록 비율을 조절하는 직군이었는데...
이런 식으로 똑같은 탱딜힐이라 해도 어느 시기에 레이드를 했냐에 따라 코어가 되는 플레이 경험 자체가 아예 다르니 와우의 레이드 경험을 일반화 시키기란 꽤 어려운 문제가 된다.

그리고 위의 의견에 제 생각을 살짝 보태보자면, 오래전 레이드 탱킹의 전형으로 검은날개 둥지의 삼룡이 (이름이 기억 안나고 별명만 ;;)와 밸라스트라자를 들고 싶습니다. 둘 모두 복수의 탱커가 탱을 서로 인계해가며 싸워야하는 패턴이었죠.
문제는 어그로 게이지라는게 게임 내에서 지원하는 기능이 아니었고, 지원을 하더라도 이걸 시각적으로 인게임에서 보여주기가 어려워요. HUD를 통해서 주로 전달되는 정보죠. 즉 애매한 정보의 영역에 해당합니다.
이걸 가지고 서로 주거니받거니한다는건 생각보다 어려운 기술이에요. 그러다보니 바람직한 그림은 아니라고 할 수 있겠죠. 반면에 생존기라는건, 일단 탱커 혼자 신경쓰면 되거든요. 더 크게 확장해봐야 힐러가 알면 좋은 정도죠.
즉 애매한 정보를 둘러싸고 여러 탱커들이 협력해야하는 상황이란걸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보았고, 따라서 이런 플레이의 비중을 점차 줄여가며 다른쪽 (생존기 중심)으로 변화해나간게 아닌가 ... 마 그런 짐작입니다.
물론 이건 "개인적인 생각" 입니다. 레이드 탱은 저도 중간에 쉰 구간이 꽤 있고 해서 그 기저의 의도에 대해서는 확신하기 어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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