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 드 보통의 '인생 학교'는 이런 곳"

"알랭 드 보통의 '인생 학교'는 이런 곳"
급변하는 디지털 시대, 나는 잘 살아 남을 수 있을까? 내게 맞는 일을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직장에서는 어떻게 해야 신바람 나게 일할 수 있을까? 일과 개인 생활은 어떻게 조화시켜 나가야 할까? 배우자나 이성 친구, 가족 간의 관계는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

대학을 마치고 사회로 나오면 이런 고민들이 머리를 짓누른다. 강의실에서 배운 적도, 시험으로 풀어본 적도 없는 문제들. 이제 와서는 쉽게 물어볼 데도 가르쳐주는 곳도 없는 물음들이다.

이런 삶 속의 크고 작은 질문들을 놓고 함께 공부하고 배우는 학교가 있다. ‘스쿨 오브 라이프(The School of Life)’. 말 그대로 ‘인생 학교’다. 국내에도 베스트셀러 저자로 이름 높은 작가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이 세웠다고 해서 더 유명해진 곳이다.

사실, 이 학교가 홈페이지에 내건 지향점이나 프로그램의 면면을 보면 보통이라는 걸출한 작가가 그동안 발산해온 지적 감성의 연장이자 확대판이라 할 수 있다.

2008년 영국 런던에서 그와 몇몇이 의기투합해 처음 문을 연 이 학교가 지금은 세계 도처에 분교까지 열면서 가지를 뻗고 있다. 올 가을에는 서울에도 상륙할 예정이다.

런던에 있는 1호 학교로 찾아가 봤다. 시내에서도 도심 지역에 해당하는 블룸스버리에 자리잡고 있었다. 이 지역은 예전부터 저명한 작가와 석학이 근거지로 삼은 인문과 예술 교양의 동네로 자부심이 강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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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유명한 ‘블룸즈버리 그룹’이 여기서 나왔다. 1차 세계 대전이 터지기 전인 1907년부터 1930년 사이 이 동네에 살던 예술평론가 아서 클라이브 벨의 집에 작가와 예술가, 철학자들이 모여 대화를 즐긴 것을 말한다. 여기에는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 소설가 버지니아 울프와 올더스 헉슬리, 시인 T S 엘리어트 같은 당대의 지성들이 발을 들였다.

지금도 이곳은 교육, 예술, 의학 분야의 허브로 손꼽힌다. 바로 인근에 대영박물관을 비롯해 런던대학, 런던예술대학, 가디언, 구글 같은 지식 관련 기관과 단체, 기업들이 즐비하다.

당초 이 학교를 취재하기 위해 그곳까지 간 것은 아니었다. 다른 일로 런던에 들렀다가 보통에게 이메일로 접촉했다. 인생 학교의 창립자이자 회장(Chairman)인 그는 “유감스럽게도 지금은 해외 출장 중”이라며 모겐 리멜(Morgwn Rimel) 교장(director)을 소개해줬다. 그녀와 이메일로 약속을 잡은 후 학교로 찾아갔다. 

인생 학교는 그 동네에 많은 중고책방 중 한 곳 같았다. 작고, 초라할 정도로 소박했다. 하지만 노란 서체의 간판이 홈페이지에서 보던 것과 똑같아 금방 눈에 띄었다. 입구에서 ‘교장’의 이름을 대니 안쪽에서 누가 나왔다.

첫 인상이 영화 ‘노팅힐’의 배우 줄리아 로버츠를 연상시키는 시원시원한 이목구비의 미녀였다. 직위는 제일 높은 교장인데 차림새나 말씨, 행동거지가 말단 직원처럼 상냥했다. 나는 처음 입학 상담을 하러 간 학부모처럼 이것저것 궁금한 것들을 물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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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독자들은 이 학교에 대해 아직 잘 모르는 사람이 많다. 설명을 부탁한다.

쉽게 말해 어른들을 위한 학교라고 생각하면 된다. 기본적인 목적은 지적으로 감성적으로 사람들의 문화적 소양을 키워주는 것이다. 좋은 삶을 산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지 자문하고 답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곳에서 다양한 삶과 일의 문제에 대해 비슷한 관심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탐구하면서 감성 지능(emotional intelligence)을 기를 수 있다. 각자 삶에서나 직업에서나 성공을 돕는 것이 목표다. 거기에 도움이 될 만한 아이디어를 문학과 철학, 심리학, 역사, 시각 예술 같은 것에서 끌어와서 소개한다.
인생 학교 소개 동영상

-한국에서는 ‘인생 학교’ 시리즈 책이 번역 소개되면서 얼마간 알려졌다.

지금까지 인생 학교 How 시리즈가 12권까지 출간됐다. 우리 수업 내용과 아주 유사하다. 일종의 보조교재 같은 역할을 한다. 그리고 ‘Life Lesson’ 6권을 냈고 또 다른 6권의 책을 준비하고 있다. 일반 독자들 반응도 좋다. 그런 책 같은 것을 기획하는 것도 내가 하는 일이다.

책의 주제를 잡고 포맷을 구상하고 저자를 섭외한다. 어떤 어조로 갈 것인지 표지는 어떻게 꾸밀 건지 논의해서 정한다. 출판사 섭외도 내 일이다. ‘인생학교 How’ 12권과 ‘Life Lesson’ 6권은 맥밀란 출판사와 같이 냈다.

-설립 과정을 듣고 싶다.

처음 문을 연 것은 2008년이다. 작가인 알랭 드 보통과 작가이자 큐레이터인 소피 하워스가 주도해서, 예술, 교육, 문화 분야의 몇몇 지인들과 함께 시작했다.


알랭 드 보통 /은행나무 제공
 알랭 드 보통 /은행나무 제공

-알랭 드 보통은 스위스 태생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이곳에 학교를 세웠나?

그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이곳에서 자라고 살았다. (그는 케임브리지대학을 졸업했다.) 보통의 기본적인 구상은 아카데미의 세계, 상아탑의 지혜를 도심의 거리로 불러내자는 것이었다. 인문학, 예술의 지혜들을 가지고, 구체적으로 좋은 삶은 어떤 것인지 고민하는 일반 시민들에게 도움을 주려는 것이었다.

-당신은 어떻게 합류하게 됐나?

학교가 문을 열고 난 지 9개월때 쯤 합류했다. 온라인으로 지원해서 함께 일하게 됐다. 당시 나는 호주 시드니 국제 단편영화제 일을 맡아서 하던 중이었다. 인생 학교 브랜드로 벌이는 다양한 사업들에 끌려 이리로 옮겼다. 전임 디렉터였던 하워스가 그만둔 후 내가 후임으로 6년째 일하고 있다.

-그 전에는 어떤 일을 하다가?

좀 많은 나라를 옮겨 다니며 살았다. 영국이 6번째 나라다. 원래는 미국인이다. 필라델피아에서 나서 자랐다. 대학을 캐나다 몬트리올의 맥길대로 갔다. 거기서 영어와 문화학을 공부했다.

철학, 문예 비평, 영화 같은 것을 함께 공부하는 학제적인 학위 과정이었다. 학술적인 것과 문화적인 응용을 결합한 것이었다. 지금 이 학교의 일과 아주 잘 맞는다.

여러 플랫폼과 미디어를 오가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책도 내고 비즈니스 컨설팅, 개인 치료도 하고 하는 일이 사람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나로서는 아주 흥미롭고 좋은 기회가 될 거라고 생각해서 함께 일하게 됐다.

-학교가 펼치는 활동이나 사업은 어떤 것들이 있나?

정규 수업이 있고, 집중 과정(intensive course), 그 외에 특별 행사, 여행 프로그램도 있다. 책 출판도 하고 동영상 제작도 한다. 수업 내용을 유튜브에도 올린다. 팬시 상품과 필기구, 소품 같은 기획 상품들도 판다. 기업 상대로 컨설팅과 교육 훈련 서비스도 한다. (건물 지하를 개조해 강의실 겸 세미나실로 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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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은 어떤 것을 가르치나?

주로 인문학을 기반으로 인생의 큰 질문들(big questions)을 다룬다. 심리학과 철학 분야 사상 대가들로부터 어떤 최선의 지혜를 배울 수 있는지 살핀다. 그들로부터 오늘날 우리가 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끌어온다.

-수업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줄 수 있나? (아래 답변의 일부는 자료로 보완했다)

핵심 커리큘럼은 크게 일과 사랑, 자아, 문화, 네 가지 범주로 짜여 있다. 일의 경우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는 법’ ‘직장에서 의사소통 잘 하는 법’ ‘돈 문제에 잘 대처하는 법’ ‘좋은 리더가 되는 법’ ‘일과 삶의 균형을 잡는 법’ 같은 것들이다.

사랑의 경우 ‘좋은 파트너를 선택하는 법’ ‘사랑이 지속되게 하는 법’ ‘연인과 소통하는 법’ ‘관계를 발전시키는 법’ ‘혼자 시간을 잘 보내는 법’ ‘우정을 더 잘 가꾸는 법’ ‘가족 관계를 잘 유지하는 법’ 같은 것들이 있다.

자아의 경우 ‘잠재력을 실현하는 법’ ‘창의적이 되는 법’ ‘평정심을 유지하는 법’ ‘자신 있는 삶을 사는 법’ ‘좌절하지 않는 법’ ‘결단력 기르는 법’ ‘대화를 잘 하는 법’ ‘차이를 만드는 법’ ‘죽음을 맞이하는 법’ ‘자연과 교감하는 법’ ‘자신의 부족함을 포용하는 법’ ‘서로 다른 의견을 표현하는 법’ 등이다.

문화 분야로는 정치, 철학, 예술, 심리학 분야의 여러 주제를 다룬다. 수업 때마다 어느 정도 목표가 있는 질문을 던지고 많은 대화를 하고 서로의 관점을 나눈다.

-수업 내용은 따로 개발하나?

우리 내부팀에서도 개발하지만 외부 지원자와 네트워크가 돼있어 협업도 한다. (현재 홈페이지에 올라 있는 강사진만 50명이 넘는다.) 콘텐츠 개발부터 상품, 도서, 상품까지 그렇게 한다.
인생 학교가 만들어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

-가장 인기있는 수업은?

아무래도 일에 대한 관심이 많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어떻게 찾는지, 일에서 어떻게 의미를 찾는지를 주제로 한 수업이 가장 인기 있다. 이제는 사람들이 그냥 월급을 잘 받고 다니는 일 이상의 것을 찾고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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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나온 김에,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한 조언 한 가지를 얘기해줄 수 있나?

어차피 완벽한 균형이라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지금의 자신에게 좀 더 정직해질 필요가 있다. 자신이 처한 인생의 단계에서 자신이 가진 창조적 자산을 쏟아부을 우선순위가 무엇이어야 하는지에 대해 스스로 솔직해지는 것이 중요하다.

여러 가지에 분산하지 말고 정말 중요한 것에 시간을 더 할애할 필요가 있다. 모든 분야에서 완벽을 기하려는 압력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이 가능하고 가능하지 않은지에 대해 현실적이 될 필요가 있다.

또 한 가지. 때로는 일에서 벗어나 마음껏 즐길 수도 있어야 한다. 언제나 생산적일 수는 없다. 요즘 사람들 중에는 ‘결정 피로감(decision-fatigue)’에 빠져 기진맥진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긴장의 연속에서 벗어나 여가 시간을 어떻게 잘 보내는지가 아주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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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저명 인사들을 초청한 행사도 많이 여는 것 같다.

다음 주(5월 28일)에도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데이비드 브룩스가 와서 강연한다. 그가 새 책 ‘The Road to Character’를 최근에 낸 후에 갖는 북투어이면서 일종의 저자 강연회다. 좋은 시간이 될 것이라고 다들 기대하고 있다.

-오늘 시간표를 보니까 저녁에 ‘도시 탐험(City Adventure)’이라는 수업이 있던데 어떤 내용인가?

우리가 생활하는 도시를 새로운 방식으로 체험하는 내용이다. 일종의 어른들을 위한 보이스카웃 프로그램이라고나 할까. 심야에 카약을 타고 템즈강을 오가는 코스도 있다. 런던은 날씨가 변덕이 심한데, 어른들도 놀이 같은 실외 수업을 좋아한다.

이런 일상에서 풀려난 자유로운 활동을 통해 상상력 치유가 일어나기도 한다. 어른이 되고 나면 불행하게도 어떻게 놀아야 하는지 방법을 모른다. 즐거워지는 법을 잊게 된다. 노는 법을 회복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이 학교가 공익 사업은 아닐 텐데 운영은 어떻게 하나?

분명히 영리 기관이다. 후견 기업이나 단체 개인이 따로 따로 없다. 우리가 수익 사업을 많이 하고, 유료 회원제로 수입을 충당한다. 우리가 영리 기관이라고 해서 무작정 돈을 벌기 위한 것이 아니다. 목적이 있다.

우리가 영리를 추구하는 것은 우리 일을 장기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만큼의 수익을 올려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 점에서 아주 중요하다. 우리는 자신과 자신의 일에 가치를 두는 지적인 직장인들을 주 고객층으로 한 유료 사업도 벌인다.

우리 브랜드의 상품을 도소매로 팔기도 하고 책도 기획하고 판매한다. B2B, B2C로 비즈니스 자문, 상담도 한다. 제휴사들과 공동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지금까지는 아주 좋다. 우리 일에 분명한 정체성과 브랜드를 갖고 있고 포지셔닝도 뚜렷하다. 콘텐츠나 활동도 풍부하다. 다양한 온오프 플랫폼을 통해 공유한다. 다음 단계로 온라인 학습도 준비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과 블로그를 활용해 확장하는 것을 모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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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료는 얼마나 되나?

보통 한 강좌에 45파운드(약 7만7000원)를 받는다. 하루에 집약해서 하는 인텐시브 코스는 160~250파운드, 특별 행사는 30~40파운드를 받는다.

수업은 보통 3시간으로 돼 있다. 15~30명 정도가 정원이다. 첫 30분은 다과와 음료를 들면서 서로 친교 시간을 갖는다. 다음 2시간 반은 수업이다. 강의나 대화, 토론으로 이뤄진다. 중간에 짧은 휴식 시간이 있다. 보통 평일은 오후 2시에서 5시 사이, 저녁에는 6시 반부터 9시 반 사이에 수업이 있다.

하루 종일 하는 워크샵 같은 큰 프로그램도 있다. 유명한 지식인이나 학자, 유명 인사가 런던에 오면 자리를 만든다. 그 경우 입장권이 30파운드다. 2000명 정도가 올 때도 있다.

-벤치마킹을 하고 있거나 참고하는 사업의 롤모델 같은 게 있나?

우리가 하는 일의 각 부분에 대해 다른 곳에서 하는 것들을 참고한다. 딱히 하나의 본보기가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하는 것에 정확히 일치하는 기관이나 단체는 없다. 우리처럼 포괄적으로 접근하는 사업은 아직 어디에도 없다.

미국의 99U 같은 온라인 동영상 학습 서비스 제공업체나 런던의 지식 매거진 ‘모노클(Monocle)’, 강연사업인 TED 같은 것 보면서 부분적으로 영감을 얻는다. 하지만 우리가 하는 것처럼 삶의 구체적인 이슈를 놓고 지적으로 감성적으로 미적인 감각을 갖고 문화 콘텐츠를 활용해서 다뤄나가는 사업은 없는 것 같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셈이네. 

아주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이라고 본다. 현대인에게 학습이 새로운 중요한 관심사가 되었다. 우리가 하는 일은 이런 학습 욕구와 뛰어난 디자인과 문화를 함께 결합한 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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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두에 둔 주 고객층은?

핵심 목표 고객은 25-45세이다. 대학 졸업 이후 가정이나 일에서 어느 정도 자기 자리를 잡고 난 사람들이다. 대졸 이후 퇴직 이전 연령대가 되겠다. 한창 열심히 일하고 성장을 하는 시기의 사람들이다.

-그 이상이나 이하 연령대는?
물론 그보다 아래나 더 나이든 세대도 염두에 두고 있다. 15~19세 청소년 프로그램도 개발 중에 있다. 그동안 우리가 쌓은 생각이나 노하우를 10대들에게는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연구 중이다. 조기에 감성지능을 길러주는 법 같은 것들이다.

그 외에도 계속해서 고령화나 사회 인구 변화에 맞춰 개인적 직업적 자기 개발을 돕는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자신의 본업을 마치고 난 시기의 사람들, 새로운 경력이나 사업을 찾는 사람들, 이전과는 다른 분야에 도전해보고 싶은 사람들, 지역 공동체에 봉사하는 길을 찾는 사람들, 시간과 자원이 많으면서 하루 종일 골프만 치고 소일하는 것이 지겨운 사람들, 그보다 더 유용하게 평생 학습을 희망하는 사람들 등등 수요는 정말 다양하다. 우리가 서비스해야 하는 고객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다.

-학교 규모가 빠르게 커진 것 같다. 현재 직원 수는?

지금은 상근 직원이 20명이다. 처음에 내가 왔을 때는 나를 포함해 3명뿐이었다. 6년 만에 6배가 넘게 늘었다. 외부 강사 네트워크도 있고 다른 파트너들과도 협력한다. 강사진은 유급 시간제로 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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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페이지를 보니 해외에도 진출해 있는 것 같던데?

런던 외에 현재 7개 학교가 문을 열었다. 라이선스 모델의 국제 파트너들이다. 프랑스 파리, 네델란드 암스테르담, 터키 이스탄불, 세르비아의 베오그라드, 호주 멜버른,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이스라엘 텔아비브, 이렇게 나가 있다. 서울도 올 가을쯤, 아마 10월쯤 문을 열 계획이다. 한국의 파트너(방송인 출신 작가 손미나)와 협의 중이다.

각지의 학교 규모도 다양하고 나름의 특징이 있다. 가장 큰 곳이 멜버른인데 15명이 교실과 카페, 비즈니스 교육훈련 프로그램까지 운영한다. 놀이 공원까지 만들었다. 베오그라드가 가장 작은데 1-2명이 운영한다. 카페와 이벤트 공간만 있다. 하지만 영향력은 아주 크다. 이스탄불의 경우에는 현지 대학과 제휴해서 교수들이 참여한다. 도시마다 모델이 조금씩 다르다.

-미국에는 아직 안 나가 있나?

좀 더 분명한 전략을 수립한 후에 들어가려고 모색 중이다. 지리적으로 볼 때 미국뿐만 아니라 캐나다까지 포괄해야 하기 때문이다. 워낙 커서 제대로 하려면, 그에 맞는 좋은 파트너를 택하는 것이 우리로서는 아주 중요하기 때문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서울이 처음 문을 열게 되는 건가?

일본 같은 곳도 알랭 드 보통의 팬들이 많다. 그의 책도 많이 팔린다. 한국 사람들이 새로운 아이디어에 아주 개방적인 것 같다. 문화에도 관심이 많고 실용적이다. 도쿄나 다른 아시아 도시들도 좋지만, 그런 점에서 서울이 특별히 아주 독특한 도시이고, 우리와 잘 맞을 것 같다.

인생학교에서 팔고 있는 미니 항아리 ‘불완전 단지(Imperfection Pot)’. 대영박물관이 소장한 조선시대 백자 달항아리(moon jar)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것이라고 한다. 완벽하지 않은 형상이 오히려 관용과 겸손의 미덕을 나타낸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인생학교에서 팔고 있는 미니 항아리 ‘불완전 단지(Imperfection Pot)’. 대영박물관이 소장한 조선시대 백자 달항아리(moon jar)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것이라고 한다. 완벽하지 않은 형상이 오히려 관용과 겸손의 미덕을 나타낸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홈페이지 보니까 ‘지식 구역(Knowledge Quarter)’ 사업도 있던데 이건 뭔가?

그것은 우리 학교뿐만 아니라 이 지역의 여러 기관과 기업, 단체가 함께 벌이는 공공 사업이다. 작년 말에 시작했다. 이 지역 킹스크로스 1마일 거리 이내 모여 있는 45개 기관 단체들이 협력해서 21세기를 위한 세계 수준의 지식과 비즈니스 허브를 구축하려는 것이다.
연구 기관과 창의적인 사람들, 학생, 지역 공동체가 함께 시설과 특기를 모아 혁신의 기회를 제공하려는 것이다.

대영박물관, 대영도서관, 런던대학, 런던예술대학, 구글, 가디언, 고급 의료기관이 있고, 현재 프란시스 크릭 연구소와 구글의 새 영국 본사 건물도 이곳에 짓고 있다. 지식 관련 스타트업 중소업체들까지 아주 많다. 함께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내려는 것이다.

-누가 시작한 건가?

대영 도서관이 주도 기관이고 이사회 의장도 맡고 있다. 우리는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

-최근에 대영도서관장이 한국을 방문해서 우리 국립도서관과도 협력을 논의했다고 돼 있더라.

한국도 대단한 두뇌 파워를 갖고 있는 나라 아닌가. 지식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엄청난 것 같다. 우리가 기획 상품으로 파는 것 중에 미니 달항아리가 있다. 이게 한국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대영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것 보고 착안한 것이다. 불완전함을 통한 깨달음을 구현한 것이다.

-한국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한국에서도 우리 학교가 문을 열면 많이들 이용해 주시기 바란다. 활동을 함께 즐겨 달라. 한국만의 특별한 인생 학교로 만들어 주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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