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hao! China!] 중국 창업 생태계 엿보기

3. ‘완벽히’ 차별화된 도시들 (계속)

"새로운 창업 클러스터로의 도약 - 항저우(杭州)와 난징(南京)까지 아우르는 “상하이(上海)”

베이징에 소후닷컴(Sohu, 搜狐)이 있다면 상하이의 인터넷계 영웅은 바로 셩따(盛大, Shanda games)입니다. 국내 게임업계에도 잘 알려져 있는 기업이죠. 소후닷컴보다 1년 늦은 1999년에 설립 된 셩따는, 갖은 고생을 통해 겨우 이익을 창출해낼 수 있었던 베이징 출신의 인터넷 회사들과는 달리, 설립 후 빠른 속도로 이윤을 낼 수 있었다고 합니다. 중국의 대표적인 여행 플랫폼으로 성장한 ‘시에청(携程, Ctrip)’도 상하이에 기반하여 빠른 속도로 이윤을 낸 대표적인 기업입니다.
<상하이를 기반으로 한 게임회사 '셩따(Shanda games)'와 여행정보 제공 기업 '시에청(Ctrip)'>

두 도시의 차이는 각자가 지닌 성향 차이만 봐도 이해가 갑니다.

상하이는 실리적인 부분을 그리고 베이징은 정책이나 이론적인 부분들을 중시하죠. 다시 말해 상하이의 창업 회사들은 이윤 추구에 초점을, 베이징의 인터넷 회사는 전체적 짜임새나 구조적인 면에 초점을 둡니다.
구조는 중시하나 수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들은 더 많은 교류와 파트너십의 기회를 찾는 반면, 지폐 발행 속도보다 훨씬 빨리 이윤을 창출하는 셩따같은 회사는 그저 앞만보고 대박을 향해 달려갑니다.

1세대 포털사이트들, 즉 소후닷컴과 같은 사이트를 보면 뉴스, 이메일, 포럼, 광고시스템 등 없는 것이 없습니다. 남들이 있는 것들 우리도 있어야 하고, 수익은 못 내도 있을 건 다 있어야 하고 말이죠. 그럼 직원수도 많아야 하고, 각 업무마다 기술 및 영업팀이 필요하겠죠.
<한눈에 봐도 없는게 없는 중국의 포털사이트, 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소후닷컴(Sohu), 왕이(NetEase), 텅쉰왕(QQ), 시나닷컴(Sina)'>

상하이의 인터넷 기업들은 이러한 시스템의 문제점을 일찍이 파악했고, 자신들의 주종목에 총력을 기울이기 시작했습니다. 셩따는 오로지 게임에, 시에청은 오로지 항공티켓과 숙박에만 집중하였고, 아주 오랜 기간동안 다른 영역에는 눈길도 한번 안 줬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들은 ‘고객 확보’가 가장 핵심이라는 점을 집요하게 공략하였는데요.
사업 초창기에 저수익을 감수 하고서라도 다수의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경쟁사를 이기는 방법이라는 사실을 터득했고, 이를 체계화 된 비즈니스 모델로 완성시켰습니다. 지금까지도 수많은 중국 인터넷 기업들이 ‘애용’하고 있는 쿠폰 증정, 할인, 무료 제공 등의 전략은 상하이가 근원이라고 봐도 큰 무리가 없습니다.

중국에서는 일반적으로 상하이라는 도시에 ‘창업 열기’라던지 ‘인터넷 기업’과 같은 단어를 잘 연결시키지 않습니다. 오히려 '외국계 기업'과 '금융 허브'란 단어들이 더 어울리죠. 게다가 베이징보다 속도는 빠르고 세련되긴 했지만, 활기차고 내실있단 느낌을 주진 못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상하이에 인접해있는 장쑤성(江蘇省), 저장성(浙江省)인데요. 항저우가 알리바바와 같은 거물을 탄생시켰고, 난징은 투니우(途牛, 여행정보 플랫폼)와 같이 작지만 쿨한 회사들이 이 지역들에 매우 많습니다.
<상하이, 항저우, 난징은 고속철도를 이용해 2시간이면 도달할 정도로 매우 가깝습니다>

마치 전통적인 경제구조에서도 그랬듯이 장쑤, 저장, 상하이 지역의 창업 기업들은 인재유동도 활발하고 정보 교환의 속도도 빠릅니다. 최근에는 알리바바의 영향으로 인해 항저우에서의 창업 열기가 상하이보다 더 높다고 하지만, 그 열기가 곧 상하이로 넘어와 상하이 도시 전체에 영향을 주리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지역의 인접성에서 보았을때, 광저우, 선전, 홍콩, 마카오를 연결하는 ‘주강삼각주(珠江三角洲)’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습니다. 광저우에 위챗(WeChat, 微信) 본사, 웨이핀후이(Vip.com, 唯品会), YY(YY.com)가 있고, 선전에는 화웨이, 텐센트, DJI 등이 있으며, 소도시인 주하이(珠海)에는 메이주(MEIZU, 魅族)와 진샨(金山)이 있습니다. 그리고 동관(東莞)에는 수많은 하드웨어 제조 공장들이 있습니다.
<'주장삼각주'에 속해있는 광저우, 동관, 선전, 주하이>

하지만 베이징은 다릅니다. 인터넷과 모바일 기반의 사업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베이징을 제외하곤 전무후무 합니다. 사실 모든 영역에서도 비슷하겠지만 베이징은 주변 도시의 자원을 모두 흡수해버립니다. 인터넷이 중국에서 태동하던 시기에 사업을 시작했던 베이징 주변도시 소재 기업들은 현재 ‘전멸’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 중 텐진(天津)은 가장 심각한 피해를 입은 지역입니다. 단적으로, 10년 전에는 어느정도 규모의 인터넷 기업이 텐진에도 있었지만, 지금은 텐진 소재 인터넷 기업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이러한 연유들로 인해 상하이의 창업 환경은 향후 베이징을 능가할 것이라 보는 시선들이 많습니다. 실리콘밸리 또한 많은 지역들이 합쳐져 이루어진 곳이며, 지금도 LA 남쪽으로 계속하여 확장되고 있습니다. 만약 샌프란시스코가 인근의 자원들을 모두 흡수해 버렸다면, 오늘날의 실리콘밸리가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하드웨어 창업의 메카 선전(深圳)"

‘선전(深圳)’, 더이상 부연 설명이 없어도 명실상부한 전세계 하드웨어 창업의 중심지입니다.

뛰어난 지리적 요건, 높은 경제수준, 인근 도시에 위치한 수많은 공장, 거기에 뛰어난 조력자(인큐베이터, 엑셀러레이터)까지 한데 모여있는 그 곳, 하드웨어 창업자에겐 꿈만 같은 환경입니다.
최근 한국에 많이 알려진 HAX부터 살펴보려 합니다. HAX는 얼마전 기존의 ‘HAXLR8R’이라는 명칭을 버리고 HAX로 탈바꿈 했습니다.‘HAXLR8R’ 라는 이름은 써놓고 나면 매우 멋지지만, 읽으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당황(?)하는 경우가 많았죠. 이렇게 바뀌게 된것도 실용적인 것을 추구하는 중국인들의 특성에 기인했을 수도 있겠네요.

HAX는 명칭변경 뿐만 아니라,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 선발팀을 대상으로 최초 투자를 30만 달러까지 확대한다고 밝혔습니다. (기존 10만달러 투자, 9% 지분 획득)
또한 HAX Boost 런칭하여 이미 제품은 있지만 판매 루트를 찾고자 하는 스타트업을 지원하며 2%의 지분을 획득합니다.

이는 전 세계를 타깃으로 하는 선전의 또 다른 하드웨어 인큐베이터인 ‘Highway1’과 그 움직임이 비슷한 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Highway1도 ‘PCH Access’ 프로그램을 통해 제조와 양산을 위한 지원이 아닌, 유통 채널 확보가 필요한 단계의 스타트업에게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위에서 살펴본 두 곳은 기존의 지원체계를 한단계 업그레이드하며 자체적인 브랜딩 까지도 신경을 기울이기 시작했는데요. 이는 다른 하드웨어 인큐베이터들이 대거 출현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먼저 외국에선 안드로이드의 대부 앤디 루빈(Andy Rubin)이 구글, 폭스콘, 텐센트 등의 글로벌 기업과 협업하여 ‘플레이그라운드(Playground)’를 만들었습니다.

중국에서는 테크미디어 ‘36kr’이 ‘Kr Space(氪空間)’을 통해 비용도 받지않고 지분획득도 하지않으며 3개월만에 첫 투자유치를 목표로 인큐베이팅하는 새로운 인큐베이팅 모델을 내놓았습니다. 역시나 테크미디어이자 TechCrunch China의 주관사인 ‘TechNode’도 베이징에 이어 상하이에 ‘xNode’라는 공간을 오픈하고 코워킹스페이스 운영, 인큐베이팅, 엑셀러레이팅, 투자유치 지원 등을 통한 복합적인 지원에 나선다고 합니다.
<36kr이 운영하는 'Kr Space(좌)', 상하이 최대 규모의 코워킹스페이스를 표방하는 'xNode(우)'>

뿐만 아니라 징동JD+, Lenovo Star(联想之星), Haier U+Wise Life(海尔U +智慧生活), 3W Cafe, 페이마뤼(飞马旅), 촹예방(创业邦) 등 로컬 인큐베이터들이 계속해서 선전으로 몰려들고 있으며, 저마다 특색있는 지원책들로 우수한 창업자들을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선전이 가진 배후의 풍부한 자원과 함께, 선순환 구조의 창업생태계가 이루어지고 있는 선전! 앞으로의 모습이 더욱 기대를 갖게 합니다.


4. 중국 창업생태계와 뗄레야 뗄수없는 위챗!

중국 창업생태계, 그리고 생태계에 속해있는 사람들과의 네트워킹에 빠질 수 없는 것이 '위챗'입니다. 위챗은 텐센트에서 만든 모바일 메신저로,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트위터 등의 각종 기능이 한데 모아진 '종합 플랫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월 평균 액티브 유저 수가 5억명 가까이 된다고 하네요. 특히, 부가적인 서비스들이 별도의 앱 설치없이 가능하기 때문에, 하나의 위챗 플랫폼 안에서 다양한 기능들이 활발히 응용되고 있습니다.

"QR코드로 시작되는 비즈니스"

예전에는 담배를 나눠피거나 느즈막한 저녁 바이지우(白酒, 도수 높은 중국 술)가 있어야만 인맥 형성이 가능했던 걸 이젠 위챗 하나로 해결이 됩니다. 명함도 필요 없어졌습니다. 첫 만남에서 간단한 상호 소개 후에, 스마트폰을 꺼내 본인의 위챗 계정을 QR코드로 보여주면, 상대방은 스캐닝을 통해 친구 추가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명함에도 기본적으로 위챗 계정으로 링크 된 QR코드를 기재하고 있습니다.
<종이 명함에도 위챗 계정을 연동한 QR코드, 종이명함이 없을땐 위챗 앱의 QR코드!>

사람을 소개해 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메일을 통해 소개를 하거나 별도 미팅을 잡는 광경도 보기 힘들어 졌습니다. 위챗 그룹 대화방에 함께 이야기 할 사람을 불러서 소개하면 끝입니다. 소개 받으면 그 사람의 타임라인을 통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관심사는 뭔지, 종사하는 업무에 어느정도의 인사이트를 가지고 있는지도 손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창업과 관련한 모든 정보는 여기에 다있다! 微信公众号"

'微信公众号(Subscription Account)'는 기업 및 조직에서 전달하려는 정보를, 해당 그룹 가입자들에게 푸쉬 형태로 알려주는 서비스입니다. 본인의 관심사에 맞게 다양한 채널 들을 검색 및 구독 가능하며, 검색 기능을 통해 가입하지 않은 채널이나, 나의 친구들이 공유한 타임라인의 정보에도 접근이 가능 합니다.
<하루에도 중국 전역에서 생산되는 각종 창업관련 정보들이 산더미처럼 쌓인다>

"그룹 대화방에서부터 시작된 스타트업 커뮤니티 - Tuoniao, ShenzhenWare"

언제 어디서든 각기 다른 주제별로 다양한 '꽌시'들이 그룹 채팅방을 통해 형성되고 창업과 관련한 정보를 교류합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꽌씨를 이끌어 나가는 사람을 중심으로 자연스레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이러한 커뮤니티는 하나의 조직으로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상하이의 tuoniao.fm(鸵鸟)과 선전의 ShenzhenWare(深圳湾)인데요. 
tuoniao.fm은 상하이 최초의 창업 미디어를 슬로건으로서, 상하이시 산하의 ‘창업기금회(EFG)’에서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던 천챵(陳强) 매니저가 설립하였습니다.
천챵 매니저는 ‘향장(鄕長)’이란 닉네임므로 ‘창업동네’의 터줏대감 역할을 자청했습니다. 그렇게 쌓인 방대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스타트업을 도와주기위한 미디어인 tuoniao.fm을 설립하게 됩니다.

<다양한 주제의 그룹대화방(좌), 방대한 인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설립한 'Tuoniao.fm'(우)>

ShenzhenWare(深圳湾)는 ‘Software, Hardware, Peopleware, ShenzhenWare’라는 슬로건으로, 선전지역 하드웨어 창업자들에게 다양한 정보 및 멘토링을 제공하는 커뮤니티입니다. 초기에는 위챗 플랫폼을 활용하였으나, 사용자가 많아짐에 따라 더 많은 부가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현재는 웹페이지 기반으로 서비스 되고 있습니다.

ShenzhenWare 역시 炫姐姐(쉔제제, 한국어로는 '쉔 누나'라는 뜻)라는 개인으로 부터 시작되었습니다. 하드웨어 창업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이기 시작하더니, 불과 1~2년 만에 선전 지역에서 영향력 있는 커뮤니티로 거듭나게 되었습니다.
<'쉔제제' 개인이 포스팅하는 각종 이벤트 정보(좌), 'ShenzhenWare'라는 체계화된 플랫폼으로 발전된 모습(우)>

이처럼 중국의 창업생태계는 나라가 큰 많큼 매우 다양한 특성들을 가지고 있으며 변화 속도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빠릅니다. 짧은 글을 통해 중국 창업생태계를 속속들이 알긴 힘들지만, 기본적인 이해를 가지는데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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