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hao! China!] 중국 창업 생태계 엿보기 (上) | 5/28

13억이 넘는 인구를 가진 나라! 하루에 1만개의 기업이 탄생한다는 그 곳!
이 어마어마한 나라의 ‘창업 생태계’는 어떤 모습일까요?
어렴풋하게 알았던, 뜬구름만 잡고 있었던 중국의 창업과 관련한 이야기들, 
총 두차례에 걸쳐 함께 들여다 보겠습니다 :)



먼저, 한국과 중국 창업자들을 비교해볼까요?

1. 창업 동기는?

한국 창업자들은 ‘꿈과 이상의 실현’을 창업에 있어 최우선으로 꼽습니다. 마찬가지로 중국에서도 창업을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최고의 방법’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역시... 창업 동기가 꿈과 이상을 실현하기 위함이라 생각하는 것은 국가를 불문하고 똑같아 보입니다.

<중국 처쿠카페의 창업 행사(左) 한국 디캠프 코워킹스페이스(右)>

하지만 한국과 중국 창업자들이 창업 동기로 꼽은 두번째 원인은 꽤나 재밌습니다. 한국 창업자들은 ‘아이디어의 구현’이라고 답한데 비해, 중국 창업자들은 ‘수익 증대 및 삶의 수준 개선’으로 답하였네요.
한국 창업자들이 순진한걸까요? 아님 중국 창업자들이 솔직한걸까요? :)

2. 창업 자금은 어떻게?

한국은 '본인 자금'을 창업의 밑천으로 삼는다고 합니다. 중국에서도 마찬가지로 '창업자 본인의 자금 혹은 친한 친구의 투자'가 주요 창업 자금 출처로 손꼽히네요. 또한 양국 모두 '금융권을 통한 조달'이 그 다음으로 가장 많은 응답수를 보였습니다.
다만 한국에서는 정부 지원금을 통해 창업 자금을 마련하는 비율(16%)도 상당한데 비해, 중국은 정부 지원을 통한다는 응답(3%)이 현저히 낮습니다.
창업시장의 구조가 중국은 ‘시장주도형’, 한국은 ‘정부주도형’으로 보여지는 대목이네요.

3. 창업 후 가장 어려운 점은?

중국 창업자들은 ‘인재 발굴’, ‘자금 조달’ 그리고 ‘시장 개척’을 기업 성장단계에 마주하게되는 주요 애로사항들로 꼽았습니다.
반면 한국은 ‘투자유치’, ‘컨설팅, 마케팅, 법률, 홍보’ 등을 애로사항으로 응답했네요.

4. 그리고…

중국 창업자들은 올해 가장 유망한 창업 분야로 ‘O2O(61.14%)’를 선택했습니다. 뒤이어 ‘서비스(40.17%)’, ‘스마트홈(39.74%)’을 꼽았네요.
한가지 더 흥미로운 사실, 중국 창업 관련 통계에는 ‘글로벌’과 ‘해외진출’이란 단어들이 쏙 빠져있습니다. 한국에서는 매우 중요한 부분으로 다루어지고, 심지어는 스타트업의 궁극적인 목표인 경우도 있는데 말이죠. 아무래도 시장 사이즈의 차이는... 어쩔수 없나봅니다 ;(



그렇다면, 중국 창업 생태계만이 가진 특징은?

1. 중국은 ‘다르다’

VoodooPC를 창업하여 HP에 매각 후, 작년 말까지 Microsoft Ventures 에서 글로벌 파트너를 역임한 Rahul Sood는 중국 테크미디어'36kr'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언급했습니다.

<Rahul Sood, 중국 창업생태계는 다른 나라와 '확연히' 다르다>

Rahul Sood는 인터뷰에서 중국 창업생태계의 특징을 크게 세가지로 꼽았는데요.

① 뜨거운 창업열기
“외국에서는 중국 창업 생태계를 결코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요. 심지어는 중국의 창업 역량을 저평가 하기도 하죠. 얼마 전 ‘THE NEXT WEB’ 컨퍼런스 참여를 위해 유럽에 갔는데, 전 세계 방방곡곡의 내로라하는 우수한 창업자들이 거기서 피칭을 하고 있었습니다. 솔직히 거기에 참여한 스타트업 중 그 어느 하나도 저를 홀리진 못했죠. 그리고선 중국으로 왔는데 여기 머문지 고작 3일 만에 이미 이곳 창업 열기가 엄청나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② 엄청난 속도
“전 세계 그 어느 곳도 중국 스타트업들의 발전속도를 따라올 수가 없어요. 창업 기업들이 엄청난 속도로 Seed 단계부터 시리즈 A 투자유치까지 이루어내고, 그들의 유저 수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걸 직접본다면... 아마 깜짝 놀랄 거예요”

③ 스타트업에 우호적인 VC
“중국에선 VC생태계가 창업자들에게 매우 친근(friendly)하다는 점도 중요해요. WISE TALK 행사에 “1분 데모” 시간이 있잖아요? 거기에 참가한 스타트업 하나가 정말 마음에 들어서 꼭 Microsoft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에 포함돼야 한다고 생각했죠. 근데 그날 저녁 파티 때 ZhenFund(眞格基金) VC가 그 스타트업과 이야기를 나누다 그 자리에서 백만달러에 달하는 텀시트(term sheet)에 싸인을 했다더라구요. 게다가 그 텀시트는 아마 제가 본 것들 중 창업자에게 가장 우호적인 것이었습니다. 중국 이외의 다른 곳에선 이런 광경을 절대 목격할 수 없었습니다”

이처럼 중국은 생태계를 구성하는 각각의 요소들이 잘 짜여진 톱니바퀴처럼 힘차게 돌아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2. 정부와의 ‘꽌씨(關系)’
중국의 성공한 창업가들은 중국 정부의 정치 및 경제방침을 정하는 자리인 '양회(两会)'에 참석하여 창업문화 확산 및 제도 개선, 그리고 불합리한 규제 철폐를 위해 적극적인 의견 개진에 나섭니다.

한국에서 '성공한 창업가'라 불리우는 사람들이 정부와는 다소 거리감을 두는 것과는 매우 대조적인 모습입니다.
대체 그들은 어떤 의견들을 개진하는 걸까요? 그리고 이러한 의견 개진이 실제 사업과는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을까요?

① 샤오미의 ‘레이쥔’ 
레이쥔은 2013년 <특허권 성과의 가속화에 대한 건의>를 제시했습니다. 그는 중국의 특허권 신청이 대폭 상승해 이미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특허의 가치가 특허 소유권 자체가 아닌 특허권 실행과 전환 등 그 운용으로 발생하는 상업적 가치에서 나타나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그 후, 특허권 신청에 박차를 가한 샤오미는 2013년과 2014년에 각각 643개와 1183개의 특허권을 획득하였고, 샤오미 CTO인 린빈은 발명 특허권 신청을 매해 두배씩 늘려 세계적인 인터넷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발표하기도 하였습니다.

레이쥔은 2014년 <빅데이터 전략의 실행 가속화에 관한 건의>도 제시하였습니다. 공교롭게도 그 해 하반기, 샤오미는 클라우드 서비스와 빅데이터 방면에 집중적 투자를 진행하였습니다.
<’양회’에 참석하여 기자들과 간담회를 진행중인 샤오미 창업자 레이쥔>

올해 3월 6일 있었던 양회에서도 레이쥔은 <스마트홈 국가 표준 제정 가속화에 관한 건의>와 <’회사법’ 개정을 통한 창업환경 개선에 관한 건의>를 제안했습니다. 그 중 회사법 개정과 관련하여 레이쥔은 개인이나 기업의 창업을 저해하는 각종 규제를 반드시 철폐해야한다고 주장했다고 하네요. 특히 인력자본제도와 기업청산분배제도, 자사주와 주주권 환매 등의 조항과 관련해선 박차를 가할 필요성이 있고, 세계 선진 국가와 손을 잡아 창업 투자를 촉진 시키며, 누구나 창업하고 혁신할 수 있도록 격려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양회’에서 큰 숙제를 끝내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셀카봉들고 한 컷!>

② 텐센트의 ‘마화텅’ 
마화텅은 양회를 통해 모바일 인터넷의 보급 및 활용을 국민의 생활 영역에 적용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대중 서비스의 전면적인 디지털화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병원 진료를 받고, 교육 자원 공급의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며, 초미세먼지로 인한 오염 문제를 개선하는 등, 인터넷을 통한 사회 문제 해결의 중요성을 누차 강조하였습니다.
실제로 텐센트는 자사 모바일 플랫폼 ‘위챗’을 통해, 상하이, 광저우, 선전을 비롯하여 쓰촨성, 구이저우성 등에서 현지 지방정부와 협력하여 ‘스마트 도시’ 구축 계획을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기도 합니다.
<5월 26일에 있었던 '텐센트-구이저우성(貴州省) 인민정부' 간의 업무협약 체결>

③ 바이두의 ‘리옌홍’ 
리옌홍은 국가적 차원의 “차이나 브레인” 프로젝트를 마련할 것을 제시하였습니다. ‘스마트 휴먼-머신 인터랙트’, ‘빅데이터 분석/예측’, ‘오토 드라이브’, ‘스마트 의료 진단’, ‘스마트 무인기기’, ‘로봇 기술’ 등을 중요한 연구과제로 꼽았는데요. 바이두의 재무 보고 자료를 살펴보면 2013년 부터 R&D 분야의 투자 비용이 대폭 상승했음이 눈에 띕니다.

이 밖에도 그는 <병원 대기 접수번호 시스템 전면 공개에 관한 건의>를 제시하고, 병원 진료를 위한 대기 접수번호 수령에 일부 영리 기업들이 부당한 방법을 쓰는 것에 제한을 가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즉 클라우드 시스템 등을 통해 모두가 편리한 환경을 만들자는 의미였는데요. 그리고 공교롭게도 얼마 지나지 않아, 바이두는 메디컬 네트워크에 대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감행하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요즘 중국 이야기만 하면 등장해 주시는 단골 손님, 알리바바의 마윈이 빠질 수 없죠!
마윈은 아이러니하게도 전국인민대표대회의 대표도, 전국정치협상회의 위원도 아닙니다. 하지만 마윈은 정부와의 소통이나 공무원과의 간담회 등에 적극 참여하며 다양한 의견을 개진합니다.
특히 마윈은 작년 미 증시에 상장 시 FOX사와의 인터뷰에서 아래와 같이 정부의 역할과 그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였습니다.

"지난 15년 동안 정부와 소통하고, 그들의 걱정을 들어주었습니다. 
일자리를 창출하고 내수를 증진시키는 것이 우리가 하려는 일이고, 
이것은 바로 정부가 풀고자 하는 문제입니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사실은, 인터넷이 아직 어떠한 정부도 친숙하지 못한 매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그러한 정부들에게 저희가 무슨 일을 하는지 지속적으로 얘기하고 그들이 무엇을 걱정하는지 꾸준히 경청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길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이 생태계 속에서 정부는 매우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우리 중국 정부 관계자분들~ 나 말 잘했죠? 나 맘에 들죠?'>

어쩌면 마윈은 정부의 일하는 방식과 기업에 대한 시각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유능한 기업가가 갖춰야 할 능력 중 하나임을 역설적으로 말했는지도 모릅니다.

3. ‘완벽히’ 차별화된 도시들
중국의 창업 거점 도시로 보통 ‘베이징, 상하이, 선전’을 언급합니다. 일반적으로 중국의 ‘일선도시(一線城市, 소득 및 규모로 보았을때 가장 상위 레벨의 도시)’라 하면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을 일컫는데 비해, 창업에 대해 이야기할때는 선전 빠지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선전이 가진 지리적인 위치와 전통적인 제조 인프라의 강세로 인함이겠죠.

인구 1,000만명이 넘는 이 세 개의 거대한 도시들은 타 도시들과 차별화된 특징들을 각각 가지고 있습니다.

“중관촌으로 대표되는 전통의 베이징 – 소후닷컴(Sohu, 搜狐)과 칭화대의 합작품”

예나 오늘이나 변함없는 이치이겠으나, 언론이나 미디어 관련 기관들은 수도인 베이징에 집중해 있습니다. 중국의 관영 매체인 CCTV, 신화사, 인민일보 등 뿐만 아니라, 문화부, 광전총국, 국무원 신문판공실 등 중국 최고위 언론 기관들이 베이징에 위치하면서 주요한 이슈가 있을 시, 필요에 따라 상호 리소스를 함께 공유하기도 하고 인력 맞교환(!)을 암암리에 진행하기도 합니다.

<중국 미디어 산업을 관리감독하는 ‘광전총국’(左), 20개 이상의 방송채널을 운영하는 ‘CCTV’(右)>

이 같은 환경은 정책에 대한 높은 접근성, 혹은 꽌씨를 동원하는데 있어 타 도시에 비해 훨씬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중국의 1세대 인터넷 포털 사이트들 또한 바로 이러한 환경에서 성장하였습니다.
또한 중국의 상용 인터넷망 중 교육망은 유일하게 베이징에서 시작한다는 것도 이 도시가 유일무이한 자원을 갖게 해주었습니다. 인터넷 도입 초창기에는 베이징과 거리가 가까운 지역이여야만 이러한 리소스의 사용이 가능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인터넷이 생기기 전부터 중국 최대의 전자산업 중심지었던 '중관촌(中關村)'의 존재도 빼놓을 수 없겠죠.

<1990년대 중관촌의 모습(左), 2000년대 중관촌의 모습(右)>

이렇게 미디어와 전자산업의 중심이었던 베이징이 인터넷 창업의 중심지로 거듭나는 과정에서 중요한 기업이 등장합니다. 바로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를 운영하는 '소후닷컴(Sohu, 搜狐)’이라는 기업인데요. 소후닷컴은 중국 최초로 벤처투자를 통해 설립된 기업으로, 자금조달, 상장, 사업 확대 등 모든 과정들이 중국 인터넷 업계에서는 '최초'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건은 모두 베이징에서 이루어 졌습니다.

<'소후닷컴'의 메인 페이지, 마치 '우린 없는게 없다!!'라고 외치는 듯한 어마무시한 디자인!>

소후닷컴은 중국에서 '인터넷 업계의 사관학교'라고도 불리웁니다. 소후닷컴 출신 창업가들은 후에 유명 인터넷 회사를 설립한 창업가로 변신하거나 타 회사의 고위직을 맡게 되는 등, 중국 인터넷 업계의 중견들로 거듭났다고 전해집니다.

뿐만 아니라 소후닷컴은 우수한 기술 인재들을 대규모로 배출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는 연구개발의 중요성을 일찍이 인식하고 중국 이공계 최고의 대학인 칭화대학교 출신의 걸출한 컴퓨터 공학도들을 인턴으로 선발하였던 부분이 크게 작용하였는데요. 오늘날에도 대부분의 IT기업에는 소후닷컴 출신의 기술 인력들이 반드시 있을 만큼 기술 분야에 있어서도 소후닷컴의 영향력은 확고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중관촌 서쪽에 위치한 소후닷컴 본사, 동쪽으로는 중관촌 창업거리가 새로 생겼습니다>

하지만! 베이징이 가지고 있는 정책, 자금, 시장 등의 강점들을 미루어 볼 때, 인터넷 및 모바일 분야의 창업기업들이 실질적으로 창출해 낸 성과들이 괄목할 만한 정도는 아닙니다. 바이두의 고향이 자랑스럽게도 베이징이긴 하나, 검색엔진 이외의 사업에선 확실한 강점을 보이지 못하고 있으며, 최근 들어서 알리바바나 텐센트에 비해서는 꽤나 조용한 시간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다행히 베이징에는 전형적인 중관촌 스타일 기업이라 할 수 있는 ‘샤오미’가 그 명맥을 유지해 주고 있습니다. 베이징은 오히려 샤오미가 베이징에서 탄생한 것을 천만 다행으로 여겨야 할 것도 같습니다.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iOS 아이폰용 앱 개발을 위한 디자인시, 디자이너가 참고 해볼만한 사항들

스냅드래곤 기반 크롬북, ‘트로그도어’ 개발 중

[펌]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진짜 명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