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로이드M’, 숨 고르는 구글
구글이 ‘구글I/O’를 통해 안드로이드M을 발표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새 안드로이드는 완전한 코드명이 아니라 ‘코드명의 코드명’의 형태로 공개됐다.
새 안드로이드는 기능적인 변화보다 그간의 안드로이드를 다듬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싱겁다는 반응도 있지만 구글을 탓할 수는 없다. 좋게 보면 안드로이드나 iOS를 비롯한 모바일 운영체제에 더 이상 새로운 기능을 넣기 어려울 만큼 완성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새 안드로이드는 지난해 ‘안드로이드5.0’이 ‘롤리팝’이라는 이름을 갖기 전에 구글I/O에서 ‘L’이라는 예명을 받은 것처럼 알파벳 순서에 따라 ‘M’으로 정해졌다. 구글 내부에서는 M의 코드명을 ‘마카다미아 넛 케익’이라고 부른다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아직 개발중인 프리뷰 버전 역시 버전 정보에 M 뿐이다. 숫자 버전으로 5.2가 될지 6.0이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안드로이드M은 기능이나 디자인보다는 정책을 가다듬는 부분이 많다. 지난해 머티리얼 디자인을 비롯해 대대적인 공사를 치른 터라 운영체제 그 자체로 더 이상 급박한 변화는 없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권한’이다. 앞으로 안드로이드 앱은 하드웨어에 접근할 때 위치, 카메라, 마이크, 연락처, 전화, SMS, 일정, 센서 등 8가지 권한으로 정리된다. 기존에는 하드웨어 접근 권한을 세세하게 나누었던 터라 설치할 때 아주 상세한 설명을 들을 수는 있었지만 너무 복잡하고 어려웠다.
또한 권한에 대한 승인을 이용자가 선택하는 게 아니라 설치와 동시에 모든 권한을 넘겨주는 데 동의하는 방식이었다. 예를 들어 지도 앱을 내려받으면 무조건 위치정보에 접근하도록 하는 식이었다. 안드로이드M은 앱을 처음 실행할 때 권한을 줄지 동의를 묻는 식으로 달라진다. 극단적인 상황이지만 인스타그램을 쓰면서도 카메라 권한을 안 주는 것도 된다.
‘크롬 커스텀탭’이라는 기술도 더해진다. 이를 이용하면 안드로이드의 크롬 브라우저를 웹에서 자유롭게 불러다 쓸 수 있다. 키노트에서는 핀터레스트 앱에서 링크를 누르면 그 위에 크롬 브라우저가 자연스럽게 뜨는 시연을 했다. 인앱 브라우저 수준이 아니라 실제 웹브라우저가 앱에 탭 형태로 그대로 붙는 것이다.
‘안드로이드 페이’도 나왔다. 구글은 그간 구글 월렛을 통한 결제 시스템을 운영해 왔다. 안드로이드 페이는 이를 더 보강하고 운영체제에 통합한 것이다. NFC와 가상 카드 에뮬레이터가 포함된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페이를 위해 비자, 마스터,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디스커버 등 카드 회사들과 제휴를 맺었다. 특히 신용카드의 정보를 실제 번호가 아니라 가상 번호로 운영하기 때문에 신용카드 정보의 유출을 막을 수 있다.
지문 인식도 공식적으로 들어간다. 기존에는 삼성이나 팬택 등 제조사가 직접 지문 관련 보안 시스템을 꾸려야 했는데 이제는 안드로이드의 모듈을 이용하면 된다. 이 지문 인식은 안드로이드 페이의 인증 수단으로 쓸 수도 있고, 플레이스토어 내 앱과 콘텐츠 결제에도 비밀번호 대신 이용하도록 열린다.
전원과 메모리 누수에 대한 부분들을 해결하려고 한 부분도 보인다. 동작 센서는 스마트폰이 움직이지 않으면 필요 없는 프로세스를 종료해 전원과 메모리에 부담을 덜어준다. 대기 시간이 2배 가량 늘어났다는 것이 구글의 설명이다.
애플이 맥북에 도입했던 USB-C 커넥터도 안드로이드의 공식 요소가 된다. 안드로이드M에는 안드로이드 기기가 다른 기기와 연결됐을 때 USB 포트를 어떤 식으로 쓸 지 묻는데, 키노트에서는 전력이 드나드는 데 제약을 없앤 USB-C를 이용해 안드로이드 기기의 전력으로 다른 기기를 충전하는 메뉴도 시연됐다. 안드로이드에 담긴 사진을 다른 기기에 직접 백업하기도 하고 미디 입력기로도 쓸 수 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M를 발표하면서 동시에 넥서스5·6·9, 그리고 넥서스플레이어용 프리뷰 버전을 공개했다. 기존처럼 개발 도구를 이용해 기기에 새 운영체제를 직접 설치해볼 수 있다.
잠깐 써본 안드로이드M은 이용자로서 느낄 수 있는 큰 변화는 없다. 기존 안드로이드5.0 롤리팝을 쓰고 있었다면 큼직한 차이가 눈에 안 들어올 수 있다. 잠깐 살핀 안드로이드M의 눈에 띄는 점들을 훑어봤다.
전반적인 안드로이드 M의 분위기는 5.0 롤리팝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앱 서랍의 낯선 변화 정도가 눈에 띈다. 안드로이드6.0으로 부르기에는 조금 부족하다고 할까. 변화보다는 지난해 큰 변화를 겪은 운영체제 환경 자체를 가다듬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안드로이드M은 운영체제가 그 자체로 앞에 나오기보다 앱과 콘텐츠를 더 편하게 보여주는 쪽으로 한발짝 물러서고 있는 모습이다. 운영체제 업데이트로 기기를 휙휙 바꾸는 재미는 없어 아쉽지만 운영체제의 정체는 모바일 시장의 분명한 흐름이다. 이번 안드로이드는 조급하게 기다리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