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스마트교육’, 어디까지 왔니?



현재 진행하고 있는 스마트교육은 2011년 제안된 ‘스마트교육 추진 전략‘에서 시작됐다. 스마트교육에 대한 기초 연구는 1997년부터 이뤄졌다.  2006년 디지털교과서의 프로토타입이 개발됐고, 2007년부터 디지털 교과서의 상용화가 논의됐다. 당시 교육부는 국어, 영어, 수학 등의 과목 등을 디지털 교과서로 개발됐다. 과거에 개발된 교과서는 현재 사용되지 않는다. 중간에 교육 과정이 개정됐고, 디지털교과서의 효과성 검증 등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2011년에 시작한 새로운 정책으로 스마트교육이 다시 진행되고 있다.
스마트교육은 크게 2가지로 구성된다. ‘스마트교실’과 ‘디지털교과서’다. 스마트교실은 태블릿같은 디지털 기기외에 전자칠판, TV, 무선인터넷 기기 등을 구비해 새로운 교육방식을 연구하는 게 핵심이다. 스마트교실을 운영하는 교사들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활용해 수업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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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교실에서 활용하고 있는 소프트웨어의 예(사진: 테크놀로지 기반 연구학교 실태조사 연구 보고서 중)
디지털교과서 연구학교는 정부가 만든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해 수업을 진행한다. 연구학교로 지정된 학교는 정부가 진행하는 다양한 설문조사에 응하며 스마트교육 연구를 위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데 돕는다. 디지털교과서를 접할 수 있는 학교는 아주 적었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는 연구학교로 지정된 학교만 디지털 교과서를 이용할 수 있었다. 전국에서 스마트교육 연구학교로 지정된 학교는 2013년 144개, 2014년 163개였다. 2015년에 지정된 연구학교는 134개다.
올해부터는 이러한 상황이 달라진다. 연구학교 외에 디지털교과서를 이용하고 싶은 학교는 ‘디지털교과서 희망학교’를 신청해 디지털교과서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그 결과 900여개 학교가 디지털 교과서를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2015년부터 연구학교를 포함한 1천여개 학교가 디지털교과서를 이용한다. 2014년 기준으로 한국에 있는 초·중·고등학교가 1만여개이므로 디지털 교과서를 접할 수 있는 비율은 전체 학교의 10%에 이를 전망이다. 현재 교육부와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이 주도적으로 투자하는 부분은 스마트교실 정책보단 디지털교과서 쪽이다.
디지털교과서, 어떻게 생겼나
디지털교과서는 현재 기존 교과서를 만들던 출판사만 개발할 수 있다. 새롭게 개정된 디지털교과서는 기존 종이 교과서에 있는 내용을 디지털화하고 동영상과 인터랙티브한 기능, 자동채점 기능 등을 추가했다. 예를 들어 액체, 고체, 기체간의 분자운동을 영상을 보여주거나 스크롤을 움직이면 지구에서부터 우주까지 모습을 관찰하도록 만들었다.
디지털교과서는 현재 사회, 과학 과목만 있다. 전과목을 개발하지 않은 이유는 따로 있다. 2011년 정책은 어떤 과목을 디지털로 만들어야 할지부터 연구하도록 유도했다. 관련부처는 연구학교 교사들을 중심으로 수요를 조사했다. 교사들은 주로 사회와 과학 그리고 영어를 디지털교과서로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 중 예산과 시간 등을 고려해 최종적으로 사회, 과학 과목만 개발됐다. 과학은 실험 영상이 많았고, 사회는 최신 정보를 자주 업데이트해야 하기 때문에 디지털교과서에 적합하다고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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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교과서 개발 과정(사진 : 2014 KERIS 교육정보화 심포지엄 자료집)
KERIS는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사회, 과학에 대한 디지털교과서를 개발했다. 2014년에는 완성된 사회, 과학 교과서도 배포했다. 적용 학년은 초등학교 3·4학년, 중학교 1학년 과목이다. 2014년부터는 다시 초등 5학년을 위한 동일한 과목 교과서를 개발하기로 결정했고, 2015년부터 5학년이 이용할 수 있는 과학·사회교과서가 배포됐다.
현재 디지털교과서는 PC, 안드로이드, iOS 버전을 지원한다. 도서·산간지역 학교처럼 규모가 작은 곳 외에는 스마트교실이 전 학급에 보급되는 것은 드물다. 현재 상황은 과학실, 컴퓨터실처럼 스마트교실이 따로 구축돼 있거나 특정 2~3개 반에서만 스마트기기를 이용할 수 있도록 구축해 놓은 상태다. 따라서 기기들은 대부분 개인용이 아닌 공용 기기이며, 아이들은 로그인을 통해 자신만의 메모나 정보를 클라우드에 저장하고 수업시간에 불러오는 식으로 활용하고 있다.
과거 디지털교과서는 종이형 교과서를 대체하는 역할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디지털교과서는 서책형 교과서의 함께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개발되고 있다. 또한 PC와 웹 환경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는 게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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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이후 적용되고 있는 디지털 교과서의 특징(사진: 디지털교과서 법.제도 개선 및 업무 추진 방안 보고서)
디지털교과서를 개발하는 목표 중 하나는 학생들의 자기주도학습 능력을 높이는 것이다. 성적을 높이는 수단으로 디지털교과서를 개발하는 게 아니다. 실제로 스마트교육의 효과를 조사하는 연구에서도 이러한 자기주도학습 능력이 늘었는지 파악하려는 실험이 많다. 대구대학교, 서울대학교 등의 연구진이 참여한 ‘스마트교육이 학교 교육에 미치는 영향: 세종시 연구학교를 중심으로‘라는 논문은 스마트교육을 진행하는 학교 1개와 그렇지 않은 학교 2개를 비교했다. 그 결과 “스마트교육을 받는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더 집중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라는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KERIS가 보고한 ‘2014년 디지털교과서 연구학교 사전 사후 검사 결과 보고 및 의견 수렴’ 보고서에 따르면, 학생들은 디지털교과서를 일주일에 학교에서 평균 3회 이용하며, 1회 접속 시 약 39분 이용했다. 또한 가정에서는 평균 1.7회 이용하며, 1회 접속 시 32분 정도 이용했다. 가정에서의 주 활용시간대는 주중 오후(37.9%), 주중 저녁(21.5%) 순이었고, 방과 후 디지털교과서를 주로 활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스마트교육에 대한 논란 3가지
교육은 단기간에 효과가 나오는 분야가 아니다. 또한 각 개인에게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정책이다. 그러한 이유로 교육에 새로운 시도가 시행될 때는 다양한 찬반 의견들이 오간다. 아래는 스마트 교육에 지적하는 대표적인 논란들이다.
1. 소프트웨어·하드웨어 선정 문제
스마트교육을 하기 위해선 일단 태블릿 기기나 기반 시설이 필요하다. 여기에 들어가는 예산은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까지다. 교육 예산이 오가는 만큼 공정하게 기기가 납품되고 있는지에 대해 우려가 늘 뒤따른다.
스마트교실 연구학교나 디지털교과서 연구학교는 교육부나 시·도교육청이 일방적으로 지정하지 않는다. 교육부가 시·도교육청이 연구학교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내면 관심 있는 학교는 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시·도교육청은 계획서를 낸 학교를 내부 규정에 따라 심사하고 최종적으로 연구학교를 선출한다.
교욱부나 시·도교육청은 연구학교에 필요한 예산을 지불한다. 어떤 장비를 어떻게 구축할건지, 어떤 소프트웨어를 구입할지는 학교가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실제로 이러한 시범학교에는 대부분 스마트교육을 연구하는 팀이나 담당자가 있다. 이들은 내부 회의를 통해 필요한 장비를 선택한다. 하드웨어 구입은 원하는 곳에서 할 수 있지만 상당수가 조달청에 등록된 제품을 이용한다. 구입절차가 간편하고 검증된 제품들을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쓰는 제품이기 때문에 고장날 잦을 것을 염두에 두고 사후서비스(AS)를 잘 받을 수 있는 제품을 선호한다.
디지털교과서 외에 어떤 소프트웨어를 사용할지 구입할지도 수업을 맡을 교사가 스스로 결정한다. 교사들은 대부분 문서 협업도구나 SNS 같은 무료 도구를 사용하는 편이다. 유료 소프트웨어도 이용할 수 있지만, 재정 부담 때문에 쉽게 구입은 하지 못하는 상태다. 좋은 소프트웨어나 활용 방법은 교사 연수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교환한다.
2. 스마트교육에 대한 만족도
현재 스마트교육에 대한 만족도는 연구학교를 중심으로 조사되고 있다. 여기에서 구체적인 데이터들을 확인할 수 있다. 먼저 2013년 12월 광주교육대, 경인교육대학교 등이 참여해서 진행한 ‘스마트교육.디지털교과서 효과성 검증도구’ 연구에서는 학생 7828명, 교사 1256명, 학부모 2896명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학부모, 교사, 학생들은 대부분 각 조사 문항에 5점 만점으로 환산했을 때 3~4점의 점수를 주고 있다. 또한 교사의 경우 2년차 연구학교가 1년차 연구학교보다 스마트교육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이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2014년 163개 연구학교를 대상으로 진행된 ‘2014년 디지털교과서 연구학교 사전 사후 검사’도 비슷한 결과를 내놓았다. 해당 조사에선 학생 2만여명, 학부모 1만여명, 교사 1천여명이 설문조사에 참여했다. 그 결과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한 수업에 대해 교사는 91.4%, 학부모는 88.6%, 학생은 85.8%가 보통 이상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 스마트 기기 중독
많은 교사와 학부모가 스마트교육에 대해 회의적으로 보는 주된 원인은 스마트폰 중독이다. 디지털 기기가 시력, 자세, 뇌에까지 영향을 줄 것이라고 염려하기 때문이다. 디지털 기기가 인체에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의견은 현재 엇갈린다. 미래학자 니콜라스 카는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라는 책을 통해 디지털 기기의 부정적인 영향을 설명했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는 클라이브 톰슨은 ‘생각은 죽지 않는다’라는 책을 통해 새로운 기술이 우리의 사고 패턴을 좋은 쪽으로 변화시킬 것이라고 낙관한다.
KERIS와 각 교육대학교는 연구학교를 중심으로 디지털 기기와 건강이나 집중력에 대한 상관관계를 분석하고 있다. 현재까지 진행된 연구에서는 특별한 문제점이 밝혀지지 않았다. 한국교원대학교와KERIS는 ‘디지털 교과서 활용이 뇌 기능에 영향 연구’를 공동 진행했다. 연구원들은 2013년부터 1년여 동안 디지털교과서를 사용한 40여명 학생을 조사했다. 이들은 디지털교과서를 사용하는 20여명(연구학급)과 종이책 교과서를 사용하는 20여명(비교학급)을 나눠 비교하고, 뇌파전도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연구 결과, 디지털교과서와 서책형 교과서를 활용할 때 뇌 활성 영역 비교 연구에서는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할 때와 서책형 교과서를 활용할 때 학생들의 두뇌 활성 영역이 다르게 나타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디지털 교과서 사용 시에는 보다 다양한 정보와의 상호작용이 두뇌에서 더 광범위하게 일어나는 것으로 관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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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교과서 활용 그룹에서 디지털기기 활용으로 인한 인지능력의 저하나 중독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또한 공간 지각과제 수행에 있어 디지털교과서 활용 그룹이 서책형 교과서 활용 그룹보다 과제에 대한 스트레스 정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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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교과서 활용이 학습자의 뇌기능에 미치는 영향‘에서 인용, 한국교원대학교·KERIS.
스마트기기를 자주 접하면 아이들의 사회성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 역시 통계수치로 증명된 것은 없었다. 대구대학교, 서울대학교, KERIS 소속 연구원은 ‘스마트교육이 학습자의 인지적, 정의적, 심동적 영역에 미치는 영향 연구‘ 를 위해  1천여명 학생을 조사했다. 여기서 스마트교육 실시학교와 비실시학교를 비교했더니, 스마트교육 실시학교 학생들의 사회성과 관계만족도가 더 높게 나타났다. ‘디지털교과서 스마트교 연구학교 대상 시계열 효과분석 연구‘에서도 500여명 학생을 조사한 결과 “다양한 방식을 통해 교사와 학생간의 소통이 활성화됨으로써 학생들의 교사화의 관계 만족도, 학교에서의 행복도가 향상됐다”라고 설명했다.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하고 있는 정성아 서울 구일초등학교 교사는 “스마트 기기를 사용하고 관리하는 법에 대한 훈련을 2~3달 정도 진행했다”라며 “훈련을 하고 나니 아이들이 스스로 수업시간에 써야 할 프로그램이 무엇인지 잘 알고, 기기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도 잘 인지했다”라고 설명했다.
남기량 경남 서창초등학교 교사도 “학교에 따로 스마트교실이 구비된 건 아니지만, 스마트폰을 활용해 수학을 가르치고 있다”라며 “아이들이 새로운 수업 방식에 흥미를 느껴 교사가 제안한 규칙을 지키려고 노력한다”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제공.
스마트교육에 대한 온도차
현재 여러 연구기관은 스마트교육에 대해 긍정적인 효과를 수치와 함께 내놓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마트교육을 반대하고 회의적인 목소리를 내는 목소리는 여전히 있다. 이러한 차이는 특히 연구학교와 비연구학교 간 차이로 보인다. 연구학교는 스스로 스마트교실을 운영하고 싶어 예산을 먼저 신청한 학교다. 그만큼 스마트교육에 관심이 많고 열의가 큰 교사들이 모여 있다. 연구학교 외의 학교들은 시도교육청이나 정부기관에서 먼저 지원해주는 식으로 스마트교실이 구축된다. 교사가 아직 스마트교육에 대한 관심이 없는 상태에서 하드웨어부터 구축되는 셈이다. 이런 경우 지급된 스마트 기기가 별로 활용되지 않는 사례가 상대적으로 많다. 게다가 가장 이용하기 쉬운 디지털교과서조차 2014년 이전에는 연구학교 외 다른 학교에선 접할 수 없었으니, 일반 교사들은 스마트교육에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가 부족했다.
에듀테크 스타트업 노리의 김서준 부대표는 “연구학교의 운영방식은 바람직하다고 본다”라며 “그 외에 하드웨어를 일방적으로 받은 학교에선 활용할만한 교육 콘텐츠가 부족하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콘텐츠에 대한 고민이 적은 상태에서 하드웨어 기기부터 보급되면서 일부 교사들에게 스마트교육에 안좋은 선입견이 생기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올해부터는 디지털교과서가 연구학교 외에 900여개 학교에서 사용된다. 이를 기반으로 참고할 표본들이 늘어나고, 스마트교육 효과에 대해서도 심층적으로 분석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김혜숙 대구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수는 “스마트교육은 교사의 역량이 중요하므로 다양한 연수 프로그램이 확대돼야 한다”라며 “스마트교육에 관심이 있는 교사들의 열의가 꺾이지 않게 정부가 제도적으로 지원해주길 바란다”라고 설명했다.
※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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